토종생물 10년내 2만종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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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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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땅 만드는 ‘털보톡토기’… 진딧물 잡아먹는 ‘장님노린재’…

최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털보톡토기’는 길이 5mm에 불과한 작은 곤충이다. 몸의 뒷부분을 튕겨 쉽게 튀어 올라 ‘톡토기’로 불리는 이 곤충은 낙엽 표면을 갉아 토양에 뿌린다. 이 과정에서 인근 토양이 윤택해지고 생물이 살기 좋은 장소로 변화된다. 현재 톡토기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려는 각종 연구가 진행 중이다. 톡토기 자체가 ‘자원’인 셈이다.

최근 생물자원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물자원’이란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 각종 산업물질로 활용되는 곤충, 식물, 미생물 등 생물을 뜻한다. 생물자원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는 세계적으로 연간 7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한국 신종·고유종의 자원화 박차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자생하고 있는 생물은 10만 종이 넘는다. 이중 약 30%인 3만3000여 종만을 국내 생물학자가 확인했을 뿐 나머지 7만여 종은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들어 한반도 생물자원의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초 강원 원주시에서 발견된 신종곤충 ‘노랑이마띠기생파리’는 애벌레일 때 다른 곤충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성충이 된 후 숙주 곤충을 죽이고 밖으로 나오는 습성이 있다. 노랑이마띠기생파리는 농약을 대신해 나방유충 등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을 없애는 해충방제로 활용될 계획이다.

미기록종 바다식물인 ‘규조류’는 환경지킴이로 기대를 받고 있다. 돌말껍질(frustule)로 불리는 규조류의 세포벽은 규조류가 죽을 때 떨어져나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규조류는 온난화 감소,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나 나노 약물 캡슐 개발 등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작물에 피해를 보이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고유종 ‘장님노린재’, 항균·항산화 작용을 해 의약용으로 개발 가능한 미기록종 ‘홍조류’(해조류의 일종) 등을 속속 발견해 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총 2만 종의 미기록종을 발견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생물자원을 문화재처럼 반환

해외로 반출된 한반도 생물종 조사와 반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5개국 53개 기관에 100만 점 이상의 한반도산 생물종 표본이 소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에는 생물종 표본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중반의 생물종 표본이 대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다.

생물자원관은 내년부터 △1900년대 한반도 식물을 광범위하게 채집한 러시아 코마로프식물연구소 △한반도 생물 1000여 종을 소장한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5만여 점의 한반도 곤충 표본을 갖춘 홋카이도대 표본관 등을 방문해 한국 생물종 표본을 확인하고 반환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생물자원관은 최근 헝가리자연사박물관에서 곤충표본 500여 점을 돌려받는 등 현재까지 해외박물관으로부터 한반도산 생물표본 2520점을 반환받았다.

생물자원관 임채은 고등식물연구과 연구원은 “일본과 중국은 생물표본 한 개체를 주는 것도 국가 차원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는 식으로 생물자원 반환 문제를 접근하면 바로 항의하기 때문에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생물표본을 돌려받기보다는 한일, 한중 연구자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해 서로 필요한 생물표본을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 생물자원 세계전쟁, 범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그동안 생물자원은 먼저 발견한 사람이 마음대로 활용해 왔다.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 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됐다. 이 식물을 발견해 타미플루를 개발한 미국 길리어드사는 연간 매출을 50억 달러가량 올리지만 중국은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한반도 고유종인 구상나무는 1904년에 유럽으로 반출된 후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구상나무를 역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추세는 자국(自國)의 생물자원 주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나고야에서 폐막한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앞으로 다른 나라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소유 국가의 사전 승인을 받고 생물자원을 활용해 발생한 이익을 해당 국가와 공유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부 최종원 자연자원과장은 “생물자원 전쟁 시대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생물자원 식민지화가 되거나 막대한 소송비용, 이익공유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해외 생물자원 이용 시 불이익이 없도록 법적사안 등을 조언해 주는 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신종: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생물
미기록종
: 해외에는 존재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생물
고유종: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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