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소각장 옆 하우스 “난로 없어도 후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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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일부 농가 폐열 활용, 억대 난방비 절감 효과 “혐오시설 선입견 버려야

4일 전남 보성군 보성읍 용문리 최첨단 시설하우스. 넓이가 1만243m²(약 3098평)인 비닐하우스 안에는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난방시설은 없지만 하우스 안은 훈훈한 열기가 느껴졌다. 황동하 조성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55)는 “난방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지만 인근에 위치한 소각장 폐열로 난방을 하고 있어 난방비 걱정이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 소각로 폐열, 농가에 효자 노릇

조성원예영농조합법인 토마토 하우스는 500m 정도 떨어진 보성군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난방을 하고 있다. 폐열을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해 난방비가 들지 않는다. 이달 말이면 소각장 폐열을 이용해 첫 토마토 수확을 하게 된다.

하우스 3.3m²(약 1평)당 난방비용은 2004년경 2500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5000원으로 올랐다. 난방비가 생산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최순열 보성군 환경수자원과장은 “10년 전부터 쓰레기 소각장을 가동하면서 폐열 활용방안을 계속 찾다 하우스 난방을 선택하게 됐다”며 “연간 1억5000만 원 정도의 난방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진군 강진읍 파프리카 재배하우스 2만3000m²(약 7200평)도 소각장 폐열 난방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또 무안군 삼향면 시설하우스 9농가도 2006년부터 인근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하우스 3만 m²(약 9000평)를 난방하고 있다. 소각장 폐열로 망고를 재배하는 나문엽 씨(46)는 “5년 동안 난방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이익을 봤다”며 “항상 하우스 실내온도를 높게 유지해 수확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 폐열 재활용 난제도 많아

전남지역 소각장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46곳과 기업이 가동하는 24곳 등 모두 70곳이 있다. 하지만 소각장 폐열을 하우스 난방 등으로 활용하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소각장 폐열 난방은 농가 부담을 줄여주고 수확량을 늘려 농가에 인기가 있다. 하지만 소각장 폐열 재활용 사업이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소각장 폐열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각장은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고 반발하는 탓에 외딴 곳에 설치되고 있다. 소각장과 하우스 간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을 경우 폐열 공급이 힘들어진다. 배관설치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일부 소규모 소각장은 24시간 내내 폐열을 공급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하우스나 배관설치 비용이 10억∼20억 원이 넘는 것도 걸림돌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하지만 농가들도 일정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농가들은 최근 자기 부담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호남지역센터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소각장 폐열을 하우스 난방용으로 쓰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사업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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