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오해① ‘내신 모자라도 상위권 대학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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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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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학업 따라갈 능력 보여주는 내신, 기본적으로 중요”
오해② 비교과 활동 많을수록 좋다 → 대학들 “양보다 질”

대학들의 2011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 결과가 발표되면서 합격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사진은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1학년도 서울지역 수시 대입설명회’에서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전략에 대해 듣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학들의 2011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 결과가 발표되면서 합격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사진은 8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1학년도 서울지역 수시 대입설명회’에서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전략에 대해 듣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3 딸을 둔 A 씨(49·여·경기 수원시). 그의 딸은 최근 서울의 한 대학 수시에서 지원자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했다가 1단계 서류평가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내신은 4등급 정도로 낮은 편이었지만 장관상을 수상한 이력과 1학년 때 반장을 했던 경력이 있어 지원했던 차였다.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만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운 대학이었다. 하지만 A 씨와 딸은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면 충분히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대형 학원이나 대학의 입시설명회에서 ‘내신 5등급이던 학생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봉사활동으로 대학에 붙은 사례가 있다’ ‘공부를 좀 못해도 해당 학교와 학과에 대한 열망이 보이면 합격이 가능하다’는 등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
A 씨는 딸에게 “우리 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애들은 대부분 내신이 2등급 이상 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 더 화가 났다. 떨어진 이유를 속 시원히 듣고 싶어 대학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종합적인 평가점수가 모자랐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대학이 올해 수시의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형 결과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의 불만이 적지 않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 실시되면서 A 씨와 같이 비교과 활동만 믿고 지원을 했다가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한 것. ‘내신 성적이 낮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학부모 사이에선 “입학사정관 전형이 과연 믿을 만한 전형이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학부모, “내신 안 본다더니….”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의 입학관리팀은 의예과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학사정관 전형 결과를 발표한 직후 학부모 B 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B 씨 자녀의 내신 등급은 5등급이었다. 의예과에 지원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성적이었지만 B 씨는 300시간이 훌쩍 넘는 아들의 ‘봉사활동 실적’을 믿었다고 했다. 그는 “지원자 중에 이렇게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온 학생이 몇이나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한 2000여 명 중 떨어진 학생과 학부모의 전화는 10명 정도에 그쳤으며 내용도 ‘어떻게 해야 합격할 수 있냐’는 컨설팅 문의 수준이었다”면서 “올해는 ‘우리 애가 왜 떨어졌느냐’는 항의 전화와 편지가 많고 직접 찾아와서 따지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일반계고 학생들은 전형 평가에 고교등급제가 적용될까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내신 등급이라도 특수목적고나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아무래도 더 유리하지 않겠냐는 것. 서울의 한 고교 진학상담부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학교나 지역에 따라 차별을 둔다’ ‘결국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내신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심지어 일부 학부모 사이에선 ‘입학사정관 전형은 정부 정책에 대한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 대학 “나쁜 성적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의미 아냐”

왜 이러한 혼란과 불신이 일어날까. 주요 대학 관계자 및 입시전문가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성적 △기타 증빙서류 등 지원자가 제출한 모든 서류를 입학사정관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즉 ‘내신 1등급’처럼 정량적으로 평가 점수를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에 대한 관심도’처럼 정성적인 평가를 통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단순히 ‘성적이 나빠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 관계자는 “공부만 잘 하는 90점 이상의 학생들만 ‘줄 세우기’ 방식으로 뽑지 않고 잠재력과 열정을 보이는 학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뽑겠다는 취지”라면서 “고등학교 생활에 충실했는지, 해당 대학 수업을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학업 능력이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척도로서 내신 성적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자칫 오해하는 것처럼 ‘비교과 활동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정량적 평가로 여긴 데서 오는 오해라고 대학들은 말한다. 얼마만큼 많은 활동을 했는가보다는 활동의 내용, 전공적합성 등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

서울의 또 다른 상위권 대학 관계자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전형의 목표에 따라 거창한 외부활동 실적보다는 교내활동의 질적인 측면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전형별 특성에 따른 변수도 크다. 쉽게 말해 같은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전형이라도 대학별, 전공별, 전형별로 평가 요소의 비중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역우수인재 전형이나 학생부우수자 전형에선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중요할 수 있지만, 봉사활동을 중시하는 전형에선 덜 중요하다. 전공에 따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체능 계열 학과의 경우 지원자의 특기에 비해 교과성적의 평가비중이 적다. 반면 교과와 관련된 학과는 학생의 전체 평균 내신보다도 해당 교과의 내신 등급을 훨씬 중요하게 볼 수 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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