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노믹스’ 물경영 시대]<5>영국의 워터 리치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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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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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 강변의 상전벽해… 오물 대신 돈 흐르는 금융허브로

강변에 배치한 보행자 통로 홍수 범람 등에 대한 대응책이 잘 마련된 영국 런던의 템스 강은 주거 및 상업용 건물, 보행자 통로가 강과 바짝 붙어 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100년 동안의 기후 변화까지 고려한 템스 강 홍수위험관리계획(TE2100)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런던=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강변에 배치한 보행자 통로 홍수 범람 등에 대한 대응책이 잘 마련된 영국 런던의 템스 강은 주거 및 상업용 건물, 보행자 통로가 강과 바짝 붙어 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100년 동안의 기후 변화까지 고려한 템스 강 홍수위험관리계획(TE2100)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런던=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영국은 물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해 낙후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성장 동력까지 확보한 ‘물 풍요성(워터 리치니스·Water Richness)’ 선진 국가로 꼽힌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 국가(W20)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국의 ‘물 풍요성’ 경쟁력은 미국 네덜란드 핀란드 싱가포르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대표적 예가 런던 템스 강변의 부활이다. 영국 제조업이 쇠퇴의 길을 걷던 1960년대 이후 한때 물류 중심지였던 템스 강변 도클랜드 지역은 버려진 부두와 공장만 남은 슬럼으로 전락했다. 지역 실업률도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찾은 템스 강변은 화려한 고층 빌딩과 다양한 문화시설이 강을 중심으로 포진한 경제문화 특구로 변모해 있었다.

○ “올림픽과 연계 제2 카나리워프를…”

영국 정부는 1981년 ‘런던 도클랜드 개발공사(LDDC)’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재개발에 나섰다. 수질과 생활환경이 개선된다면 강변 지역이 금융, 문화 등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과 고급 주거지가 될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카나리워프 일대를 특별 기업지구로 지정하고 세금 감면, 건축 절차 간소화, 용적률 향상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이후 도클랜드의 버려진 선착장이었던 카나리워프는 런던 시내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에 맞먹는 금융 특구로 성장했다.

영국 정부는 ‘제2의 카나리워프’ 만들기에 나섰다. 2004년 ‘런던 템스게이트웨이 개발공사(LTGDC)’를 설립하고 템스 강 동북부 지역을 개발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스트랫퍼드 등 낙후 지역이 핵심 개발 대상이다. 템스게이트웨이 프로젝트와 올림픽을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LTGDC는 테스코, 이케아 등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총 10억 파운드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 “개발의 최종 이익은 지역 주민의 몫”

영국 정부가 강변 재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도심 낙후 지역의 재생에 대한 주민의 지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도클랜드 개발의 목표를 지역 주민의 주거 환경 개선 및 일자리 창출에 뒀다.

영국 환경교통지역부(DETR)에 따르면 개발 전 3만9000명이던 도클랜드 인구는 개발사업을 끝내고 LDDC가 해체된 1998년 8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일자리는 2만7000개에서 8만4000개로 늘었다. 5곳의 건강센터, 11곳의 초등학교, 2곳의 중등학교, 16곳의 전문학교, 9곳의 직업교육센터도 생겼다.

런던에 있는 영국도시건축연구소 어번플라스마의 양도식 소장은 “저소득 지역민이 개발의 최종 혜택을 얻으려면 지역 주민에 대한 교육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LTGDC는 현재까지 총 800만 파운드를 투자해 낙후 지역의 학교 건물을 개선하고 취업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강변 지역의 도심 접근성 개선에도 역점을 두었다. 도심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면 주민이나 기업 유치에 불리하고 지역이 고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클랜드 경전철 및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런던 지하철 주빌리라인을 확장했다. 급행 수상버스도 신설했다. 영국은 이번 W20 조사에서 수상교통과 여가활동을 평가한 물 관련 생활 편의성 분야에서 5위를 차지했다.

○ 안전한 인프라와 전문성이 열쇠

강변 재개발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전문성과 인력, 강변을 주거와 상업지구로 재개발할 수 있는 안전한 수자원 관련 인프라도 템스 강변 재개발의 성공 요인이다.

영국 정부는 개발사업과 투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기업 성격의 LDDC와 LTGDC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높은 보수를 책정해 금융인 등 전문가를 영입했다.

템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강에 바짝 붙어 있는 주택과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홍수 범람 대비 등이 잘돼 있다는 뜻이다. 템스 강 하구에 설치된 템스 방벽은 평소에는 열려 있다가 만조와 홍수가 겹칠 때만 닫혀 바닷물 유입 등을 차단한다. 영국은 2100년까지의 기후 변화까지 고려한 템스 강의 홍수위험관리계획(TE2100)도 수립했다.

그 결과 템스 강변은 최고의 주거 및 상업 지역이자 역사적 명소로 탈바꿈했다. 노후 건물을 모두 철거하지 않고 화물 창고와 발전소 등을 개조해 주택을 짓고 박물관을 세워 관광자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번 W20 평가 항목 중 수변환경 활용성 분야에서 조사 대상 20개 국가 중 2위에 올랐다. 피터 미놀레티 LTGDC 개발기획매니저는 “개발 전 도클랜드 지역을 흐르는 템스 강에는 물고기가 거의 없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청정지역에만 사는 연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워터 리치니스(Water Richness) ::

물 자원을 활용해 교통, 여가, 주거 환경 등의 생활 편의성을 개선하고
생태 환경을 보호해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추구하는 역량을 말한다.

▼ 청계천 복원 5년 만에 누적 방문객 1억명 돌파… 물 관련사업 가능성 보여줘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의 조사 결과 한국은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 중 수변환경 활용 부문에서 중상위권인 7위에 올랐다. 생활과 환경 측면을 종합평가한 물 풍요성 분야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도시계획 차원에서 수변공간을 개발함으로써 물을 통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홍수를 막고 수질을 유지하는 규제 중심의 물 정책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친환경적인 수변 개발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삼면이 바다이고 하천 주변 토지가 국토의 30%나 되는 특성상 하천을 제대로 활용하면 삶의 질 향상과 레저·관광산업 육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의 인공호수, 2000년대 청계천 복원과 한강 르네상스사업이 물을 활용한 도심개발 사례로 꼽힌다. 복원 5년 만에 누적 방문객이 1억 명을 돌파한 청계천은 물 선진국인 싱가포르가 벤치마킹할 정도가 됐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美 볼티모어항구 재생사업서 두바이 인공섬까지… 수변 공간 재개발의 역사 ▼

미국 뉴욕 맨해튼 24번가와 연결되는 허드슨 리버파크의 64번 부두(Pier 64). 2006년까지만 해도 지저분한 부둣가(왼쪽)였지만 2009년 봄 쾌적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떡갈나무 가로수길이 맨해튼 북쪽 26번가까지 이어져 있다. 사진 제공 허드슨리버파크트러스트
미국 뉴욕 맨해튼 24번가와 연결되는 허드슨 리버파크의 64번 부두(Pier 64). 2006년까지만 해도 지저분한 부둣가(왼쪽)였지만 2009년 봄 쾌적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떡갈나무 가로수길이 맨해튼 북쪽 26번가까지 이어져 있다. 사진 제공 허드슨리버파크트러스트
세계 수변 공간 개발의 시초로 꼽히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항구 재생사업은 ‘마약과 범죄의 도시’로 불렸던 도시 이미지까지 바꿨다. 볼티모어 시는 1963년부터 약 40년간 10단계에 걸쳐 재개발사업을 추진해 버려진 수변공간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놨다.

볼티모어와 보스턴 항구의 성공을 계기로 수변 공간 재개발은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서유럽으로 확산됐다. 1980년대에는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수변 지역이 주거, 상업, 오락, 관광레저 기능이 복합된 공간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등과 같은 바닷가의 대형 인공 섬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미국과 일본은 댐과 같은 인공호가 가진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댐 주변에 대형 테마파크나 휴양 레포츠 시설을 건설해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철저한 수질 관리와 감시 활동을 제도화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했다.

최근 물 자원이 도심 재생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산업화 시대에 공업 기능과 물류 기능이 집적됐던 도심 하천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제 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강변이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했다. 또 소득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수변 공간 재개발을 확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수변 공간 재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발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맞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사업 추진이 필수적이다.

뉴욕 허드슨 강 재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한 허드슨리버파크 트러스트(HRPT) 코니 피시먼 대표는 “개발 시작 전부터 상업개발이 가능한 지역과 불가능한 지역을 엄격하게 구분한 마스터플랜과 법률을 마련했다”며 “환경단체 등 비영리단체들의 반발과 상업적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뉴욕=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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