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개정교육과정 ‘탄력수업’ 현장 가보니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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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배울걸 1년만에 뚝딱… 1과목을 2시간 연속 집중수업…
학업성취도 떨어지는 과목 학교 자율로 수업시간 늘리고
영어·미술 등 특성화과정 운영… 진로관련 과목 심화학습
선택중심 교육과정 시범학교로 선정된 서울 오금고 ‘미술특성화과정’ 수업 모습. 내년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면 학교는 교과별 수업시수의 20% 이내에서 교과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고 학생의 수업 선택폭은 넓어진다. 사진 제공 서울 오금고
《2011학년도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교에 ‘자율성’을 준다는 점. 앞으로는 학생이 원하거나 학교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업, 혹은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맞춤형 수업’이 일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적용 대상은 2013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학생과 학부모는 궁금하다.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내 자녀는 어떤 프로그램과 수업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런 변화된 상황이 목표하는 대학에 가는 데 유리할까 불리할까?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우수학교’로 선정된 서울 잠신중학교와 서울 오금고등학교의 수업 현장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 학교, 무엇이 변할까?

개정 교육과정의 큰 특징은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변한다는 점. 학교는 교과별 수업시수의 20% 이내에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사회, 도덕, 음악, 미술, 정보, 한문, 기술·가정 등 과목을 한 학기 또는 학년에 집중적으로 이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어에 비해 수학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교는 국어 수업시간을 주당 1시간씩 줄이고 수학을 주당 1시간씩 늘려서 운영할 수도 있다.

서울 잠신중은 올해 집중이수제를 운영했다. 1학년은 사회와 제2외국어를 배우지 않는다. 대신 도덕과 한문을 2학년 범위까지 집중적으로 이수한다. 사회와 제2외국어는 2학년 때 배우게 된다. 2년에 걸쳐 배울 내용을 1년 동안 배워야 하기 때문에 올해 집중 이수하는 과목 수업시간은 늘어났다. 예를 들어 도덕수업은 주 5시간이다. 매일 1시간씩 수업하는 것보다 2시간씩 묶어서 수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해당과목 교사의 판단을 통해 ‘블록타임제’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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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잠신중 도덕교실. 5, 6교시 연속으로 1학년 학생의 도덕수업이 진행됐다. 5교시에는 고윤정 도덕교사가 교과서로 ‘국가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수업하며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 연대의식에 관해 설명했다. 고 교사는 “국가의 구성요소 중에서도 영토는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는 구역으로서 삶의 터전인 영토를 지키고 물려주는 일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5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고 교사는 독도 관련 동영상을 세팅하고 학생들의 프린트와 필기를 검사했다. 수업은 6교시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독도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교사가 출제한 ○, × 퀴즈를 풀었다.

수업을 들은 홍승재 군(13)은 “바로 전 수업에서 공부한 것을 다음 수업에 이어서 활동 프로그램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이해가 잘된다”고 했다. 김영선 양(13)은 “2시간씩 연속으로 수업을 들으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광하 잠신중 교장은 “자율권이 생기면 학교마다 어떻게 수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교사는 학생을 위해 어떤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것이 좋고 어떻게 교과과정을 재구성할지 연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 학생과 학부모,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가 정한 교과과정, 수업시간표를 따랐다. 하지만 개정 교육과정에선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학교가 개설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오금고는 선택중심 교육과정 시범학교로 선정돼 영어, 미술, 음악 특성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설명회와 상담을 통해 특성화과정을 선택했다. 영어특성화과정을 선택한 학생은 인문, 이공계열 학생보다 영어수업을 더 듣게 된다. 수업은 원어민 회화, 독해, 청해, 작문 등 외국어고 수준의 심화과정으로 구성된다.

최상위권인 박영택 군(17)은 1학년 때 영어특성화과정을 선택했다. 올해 박 군은 다른 친구들보다 주당 4시간 영어수업을 더 듣는다. 박 군은 “영어 청해와 독해 수업이 일반 수업보다 심도 있게 진행되어 좋다”면서 “원어민 교사와 수업할 때 영어전용교실에서 영어로 인터뷰도 하고 멀티미디어 기자재를 활용해 재미있게 수업을 하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2학년 손아진 양(17)은 미술특성화과정을 선택했다. 손 양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할 계획. 일반고에 다니는 친구들이 문과반에서 수업을 들으며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반면 손 양은 학교에서 1주에 9시간 미술수업을 듣는다. 손 양은 “일반고 친구들은 미술실기와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과목을 병행하느라 많이 힘들어한다”면서 “학교 안에서 같은 전공을 하는 친구들과 전문적인 미술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금고가 실시한 ‘특성화과정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어특성화과정 학생 중 58%가 ‘영어를 좋아해서 이 과정을 선택했다’고 했고, 79%는 ‘과정 선택에 있어서 자신의 결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 전체의 92%는 특성화과정의 장점으로 ‘수업 분위기가 좋은 것’을 꼽았다.

이 학교 최정민 교사는 “진로에 대한 동기와 적성이 분명한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수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따라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길윤 오금고 교장은 “외국어수업을 일정 단위 이상 이수하면 지원할 수 있었던 수시전형에 영어특성화과정 학생이 지원해 합격한 사례가 있다”면서 “앞으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특성화과정을 이수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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