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경기 동백고 2학년 곽지훈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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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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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공부’로 高入성공… 이젠 즐기는 공부로 미래를 가꿉니다

경기 동백고 2학년 곽지훈 군은 친구의 조언에 따라 공부를 시작한 뒤 정체돼 있던 성적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었다.
경기 동백고 2학년 곽지훈 군은 친구의 조언에 따라 공부를 시작한 뒤 정체돼 있던 성적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었다.
《중학교 때 곽지훈 군(17·경기 동백고 2)은 ‘바른생활 사나이’였다. 성적은 늘 반에서 20등 안팎인 ‘하위권’이었지만, 중학 3년 내내 한 번도 교칙을 어기거나 지각한 적이 없었다. 곽 군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이런 정직한 이미지 덕분에 친구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았다. 성적은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대학입시까진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곽 군의 ‘여유’는 중3 2학기 때 싹 사라졌다. 비평준화 지역 중학생들이 고교 진학을 위해 치르는 ‘경기도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

“친한 친구 대부분이 동백고를 목표로 하더라고요. 가장 친했던 친구 2명은 꾸준히 전교 10등 안에 들었기 때문에 합격에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제 성적으론 동백고는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나 혼자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고…. 벌써부터 경쟁에서 뒤지긴 싫었어요.”

곽 군은 ‘부족한 내신 점수를 반드시 신입생 선발고사에서 만회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 공부를 시작할지 몰랐던 곽 군은 성격대로 ‘정직한’ 공부법을 택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서점에 가 권당 100페이지가 넘는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고사 5개년 기출문제집’을 다섯 권 샀다. 그러곤 거의 두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출문제집을 풀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자정이 넘어서까지 문제를 푸는 데만 매달렸다.

“문제를 풀면서 몰랐던 공식이나 개념을 익혔어요. 두 달 만에 문제집 모두를 풀었죠.”

선발고사를 치른 곽 군은 다행히 기다리던 동백고 합격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곽 군은 공부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첫 야간자율학습 시간, 입학 성적순으로 나뉜 자율학습반 배정은 곽 군의 승부욕을 더욱 불태웠다. 곽 군의 반은 성적이 가장 낮은 6반. 입학 때 등수는 380명 중 354등이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1반으로 올라가겠다’고 결심했다.

좀 더 현명한 공부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곽 군은 중학교 때 전교 1, 2등을 다퉜던 친구에게 “성적이 잘 나오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1 1학기 중간고사가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친구는 공부의 비법을 쪽지에 적어 건네주었다. 펴보니 이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공부를 즐기는 자가 이긴다.’

코웃음이 났다. 인생도 즐기지 못하는데 하물며 공부를 즐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곽 군은 별생각 없이 쪽지를 지갑 안에 구겨 넣었다.

이후 곽 군은 그 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을 ‘벤치마킹’했다. 기상시간, 취침시간, 문제집의 종류, 문제집을 푸는 순서까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국어는 80점을 훌쩍 넘겼으며 중학교 때부터 50점을 넘겨보지 못했던 영어도 72.1점을 받았다. 전교 등수는 입학 당시보다 무려 184등이나 오른 170등.

이대로 공부하면 반 5등 안에 드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고1 1학기 기말고사 땐 되레 조금 떨어졌다. 1학년 겨울방학 때는 난생처음 인터넷 강의도 신청해봤지만,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어느 날 곽 군은 방을 정리하던 중 친구가 건넸던 쪽지를 발견했다.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너무 성적에 얽매인 채 공부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이길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이후 공부의 목표를 바꿨어요. 성적을 올리는 것에서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걸로요.”

곽 군은 친구의 소개로 용인시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지도로 모르는 문제를 해결했을 때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좀더 많은 걸 알려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가 어느새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몰랐던 공식과 개념을 외우고 알아가는 과정도 즐거웠다. 수학을 잘하는 친구가 ‘숙제’로 내준 ‘하루 100문제 풀기’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완수했다.

공부를 즐겼다. 성적도 덩달아 올랐다. 곽 군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문학(국어)과 수학 과목에서 전교 224명 중 각각 75, 76등을 했다. 고교 입학 후 처음으로 100등 안에 진입한 것.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곽 군은 다음 달 학교에서 자기주도 학습으로 성적을 크게 향상시킨 학생에게 주는 ‘성적 쑥쑥이 상’을 받을 예정이다.

“선생님도 혹은 교육사업가도 좋아요. 어른이 된 먼 미래에도 지식을 익히고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친구의 조언처럼 공부를 즐기는 자가 돼서 제 인생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예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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