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명-마크 사용료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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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대 의원… 동문이라고 공짜?

상표권을 관리하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5월 12일 서울 시내 한 안과가 서울대의 대표 마크인 정장(正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서울대는 동문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 대해서는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S안과 원장은 지방 H대 의대 출신이었다. 1차로 내용증명을 보내자 이 안과는 이 병원에 있던 서울대 출신 의사를 공동원장으로 등록해 상표권 사용을 위한 정식 절차를 밟았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한의원이 간판에 서울대 정장을 쓰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서울대에는 한의대가 없다. 역시 내용증명을 보내 정장을 내릴 것을 요청하자, 해당 한의원은 정장을 빼고 그 대신 ‘서울’이라는 이름을 넣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명 대학들이 학교의 이름과 마크를 중요한 자산으로 보고 상표권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학교의 상표권을 등록해 무단 사용을 금지하고 사용료를 받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와 지주회사 설립에 대비해 2008년 6월 상표관리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해 학교 정장과 ‘SNU’ 등 마크와 명칭에 대해 상표 출원을 마쳤다. 올 3월부터 서울대 상표권을 무단 사용하면 1차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법무법인을 통해 형사고발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병원 세 곳이 서울대 상표권을 무단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서울대는 동문이 개원한 병원에 대해선 연간 수익에 따라 적절한 사용료를 내면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전국 1만여 곳에 달하는 동문이 운영하는 병원과 약국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려대는 올 6월 상표관리위원회를 소집해 ‘상표관리운영에 관한 지침’을 마련한 뒤 9월부터 ‘상표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고려대 이름이나 교표 등을 무단 사용한 사례에 대한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또 고려대는 교내 서점 등이 별도의 사용료를 내지 않고 공책이나 옷 등 학교 관련 상품에 쓰던 상표에 대해서도 유예 기간을 준 뒤 사용료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연세대는 2008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학교 상호와 관련된 모든 상표권 등록을 갱신했다. 동문이 병원 이름에 ‘연세’를 쓰는 것은 규제하지 않지만, 연세대 대학병원의 명칭인 ‘세브란스’를 쓰는 경우는 엄격히 막고 있다. ‘연세’라는 상호를 쓰는 병원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상표권 사용료 징수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은 상표권으로 확보한 수익은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입시학원 등 지나치게 상업적인 용도로 학교 상표권을 쓰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박준철 팀장은 “동문 병원 등을 통해 연간 30억 원 이상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예상된다”며 “상표권 사용료는 후배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 학교 발전기금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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