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제작 관리-감독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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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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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공무원‘金함량’ 확인 안해… 주석 빠졌는데 ‘포함’보고… 홍보물엔 ‘전통식’ 백서엔 ‘현대식’행안부 감사결과 발표 “관련 직원 엄중문책”

행정안전부는 26일 제4대 국새 제작과 관련한 감사 결과, 일부 공무원이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 엄중히 문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상인 행안부 대변인은 이날 중간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담당 공무원들이 국새가 계약대로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국새 백서를 발간하는 과정에서도 국새 제작 방법에 이견이 제기됐지만 사실을 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홍규 국새제작단장의 ‘국새 제작 과업계획서’에는 금, 은, 구리, 아연, 주석 등 5가지 재료로 만든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주석이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2007년 12월 ‘문제없다’며 준공처리했고 이듬해 국새 규정을 개정할 때는 새 국새에 주석이 포함됐다는 허위 내용을 기록했다. 이 공무원은 국새 납품 때도 크기와 무게, 함량 등이 수록된 과업결과 보고서를 아예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를 받지 않아 실제 금 사용량이 얼마였는지, 빼돌린 금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된 것.

납품 이후 백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도 허술한 관리감독이 이어졌다. 민 씨는 전통방식으로 제작했다고 주장했으나 주물 단원이던 이창수 씨는 현대식이라고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새 제작 방식이 국새 홍보물에는 전통식으로, 백서에는 현대식으로 다르게 표기됐다. 국새 제작 담당 공무원은 결재 라인과 후임자 등을 포함하면 모두 16명이나 됐지만 실제 업무를 주관한 공무원은 한 명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이 공무원은 국새 제작뿐만 아니라 국가 의전과 관련된 업무까지 담당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민 씨가 금도장을 만들어 공무원 등에게 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금도장을 받은 공무원은 당시 행정자치부 차관이던 최양식 경주시장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관리 감독 소홀 책임이 있는 공무원을 엄중히 문책할 방침이다. 민 씨와 경남 산청군이 추진 중인 국새문화원 건립 공사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교부금 7억 원의 지원 방침도 철회됐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국새논란 남은 의혹들
① 제조방식 정말 ‘전통방식’ 따랐나
② 남은 金 800∼900g 과연 어디로
③ 금도장 나머지 11개는 누구에게


4대 국새(國璽)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민홍규 전 국새제작단장(56)이 실제 ‘전통 기술’로 국새를 만들었는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로비 의혹’ ‘국새 금 횡령 의혹’ 등에도 누구 말이 맞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새,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나

행정안전부는 2006년 말 민 씨를 국새제작단장으로 임명하며 ‘전통 방식’으로 국새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현대 주물 방식으로 만든 3대 국새가 1999년 첫 사용 후 7년 만에 금이 갔기 때문. 7년 동안 민 씨와 함께 일했던 주물담당 이창수 씨는 “실제 국새 주물 과정은 모두 내가 맡았으며 현대식으로 제조했다”고 폭로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황금 골프 퍼터 사업을 진행하다 사이가 틀어졌다. 민 씨는 “국새 제작 당시 이 씨는 보조역이었을 뿐 내가 만든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민 씨가 주장하는 ‘전통 방식’ 자체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민 씨가 스승이라고 말한 고 석불 정기호 선생의 아들 정민조 씨가 “민 씨는 아버지 제자가 아니고 (국새 전통 제조방식)비전을 전수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 씨는 이 씨와 틀어진 후에도 “이창수가 없으면 일할 수 없다. 이 씨를 설득해 보라”며 업체 사장에게 부탁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더욱 커졌다.

○ 국새용 금 빼돌렸나


이 씨에 따르면 4대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의 양은 800∼900g. 이 씨 측은 “민 씨가 해당 금으로 금장(金章·금도장)을 만들어 2007년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는 금을 빼돌렸다는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민 씨가 2007년 총 16개의 금장을 만들기는 했지만 ‘국새용 금’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민 씨가 만든 금장은 2007년 초 12개, 2007년 말 4개다. 이 중 실제 횡령이 이루어졌다면 국새가 만들어진 2007년 말 이후의 4개가 ‘국새 금도장’이 된다. 민 씨 측은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은 모두 제사 의식을 치르며 태워 없앴다”고 주장했다.

○ ‘금장 로비’ 어디까지 진행됐나

민 씨에게서 금장을 받았다고 시인한 고위 인사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최양식 전 행정자치부 차관(현 경주시장) 등이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도 금장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2006년 8월 지인이 도장을 만들어 왔지만 민 씨가 만든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행자부 전직 고위 관료 등도 금장 전달 의혹을 받고 있지만 모두 부인했다. 민 씨가 2007년 말에 만든 금장 4개 중 한 개는 정 의원에게 전달됐고, 3개는 일반인에게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2007년 초 만들어진 12개 금장 중 최 시장에게 간 1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의 행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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