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방역 제대로 되고 있나… 市‘모기 관리지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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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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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10억 강남, 1만6600곳 방제은평-금천-강서 100…200곳 그쳐

모기 방역에도 서울의 강남·북 차이가 컸다. 강남구는 올해 ‘모기’ 방역 예산이 10억 원으로 서울시 전체 방역예산 6억 원보다 훨씬 많았지만, 서대문구는 방역예산이 6300만 원에 그쳤다. 강남구가 이런 예산을 배경으로 적극적으로 방역활동에 나선 결과, 모기 찾아낸 유충 서식지를 총 1만6600여 곳을 찾아낸 반면 강북 은평 서대문구 등은 유충 서식지가 100∼200곳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은 서울시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말라리아 환자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007년부터 제작해온 ‘지리정보시스템(GIS) 모기관리지도’에서 처음 공개됐다. 최근 반복되는 폭염과 호우로 이달 말부터 모기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는 ‘모기 지도’를 바탕으로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모기 개체수 한눈에 파악

동아일보가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규식 의원을 통해 입수한 모기 지도에 따르면 5일 기준으로 서울 시내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 곳은 모두 2만3626곳에 이른다. 강남구가 1만6609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영등포구 1345곳, 동작구 659곳 등의 순이었다. 강남구에 모기 유충 서식지가 가장 많은 것은 그만큼 강남구의 모기 방역활동이 가장 활발했다는 의미다. 지도에서 붉은 원은 모기 유충 발생 지역을, 녹색 원은 약품 살포 등 유충구제 작업을 마친 지역을 나타낸다. 유충구제 작업을 활발히 한 강남구는 지도상에 붉은 원과 녹색 원이 동시에 많이 겹쳐져 있다. 각 자치구는 모기 방제 작업을 벌인 뒤 시스템에 이를 입력하는 등 실시간으로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도 제작에 착수한 것은 2007년 8월. 시 관계자는 “2005년 이후 말라리아 발생이 늘고 있어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모기 방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올 상반기 들어 전년 동기대비 말라리아 환자가 58.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는 2007년 말부터 3개월에 한 번씩 시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별 모기 분포 정도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은 무산됐다. 실시간 분포현황을 일반에 공개할 경우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지역주민 간 위화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반 공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현재와 과거 모기 개체수를 지역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설명했다.

○ 방제도 양극화

모기 지도에 따르면 방역 대책에도 자치구별 격차가 컸다. 강남구는 올 한 해 모기 방역 예산으로만 편성한 비용이 10억 원으로 전체 방역 예산으로 평균 1억 원 미만을 쓰는 다른 구들을 압도한다. 서울시 방역 예산 6억 원보다도 많다. 강남구는 외부에서 방역전문가 30여 명을 초빙하는 등 대대적인 민관 합동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기 방역예산이 2억 원인 서초구는 유충 서식지가 115곳으로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력현황이 저조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화학약품 대신 미꾸라지를 풀어 친환경 방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정화조와 하천 등에 미꾸라지 5만5000마리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북구와 마포구, 성동구 등 강북 지역은 녹색 원보다 붉은 원이 많이 나타나는 등 방제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말라리아 위험 인근 지역’으로 발표한 은평구와 강서구, 금천구, 양천구 등은 더 강력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구가 관리하는 모기서식지는 253곳. 평균에 못 미치는 데다 올 한해 방역 예산 역시 4500만 원 수준이다. 이달 초 발생한 침수피해로 모기 개체수 증가가 예상되는 은평구는 105곳만을 신고했다. 양천구나 금천구 역시 220곳, 160곳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방제 작업이 미미했다. 최규식 의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울 도심 지역도 더는 말라리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강·남북 간 방역 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모기장 200개가 청계광장에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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