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네 예술카페 주인의 삶을 전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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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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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통 주제 이색전시회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 화제

전용 전시실의 이혜경 씨. 한쪽에서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공동 전시실의 문화지도 앞에 선 이정명 씨. 지명훈 기자
전용 전시실의 이혜경 씨. 한쪽에서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공동 전시실의 문화지도 앞에 선 이정명 씨. 지명훈 기자
제목만 보고 온 관객들은 연극이 아닌 미술 전시회인데 어리둥절했다. 미술 전시회인줄 알고 온 관객들도 낯선 풍경에 놀랐다. 개막식에 참석한 전시회의 주인공들조차 “이런 거였어?”라는 반응이었다.

새로운 개념의 첫 미술 전시회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은 22일 오후 5시 대전 중구 대흥동의 갤러리 ‘스페이스 씨’에서 막이 올랐다. 전시장은 전시회 주인공인 이정명 씨와 이혜경 씨 각각의 전용 공간과 공동 공간 등 3개로 이뤄졌다. 이정명 씨는 대흥동에서 1983년부터 라이브카페 ‘팔로미노’를, 이혜경 씨는 1997년부터 와인카페 ‘비잔’(처음에는 ‘고장난 시계’로 시작)을 운영해오고 있다.

전용 공간의 한쪽에는 대흥동과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해 말하는 이들의 인터뷰 동영상이, 다른 쪽에는 각자의 미술 소장품이 전시됐다. 이정명 씨는 남농 허건, 청당 김명제 등의 작품을, 이혜경 씨는 김동유, 이원경 등의 작품을 내걸었다.

공동 공간 한쪽에는 전시의 콘셉트를 암시하는 설명이 있다. ‘팔로미노에는 이정명 씨가 있고 그곳에 예술과 삶이 있다. 비잔에는 이혜경 씨가 있고 그곳에 예술적 삶들이 자란다. 예술로 맺어지는 관계, 그리고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 주객이 따로 없는 소통의 공간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다….’

보통 미술 전시회의 주체는 작가이고 전시품은 미술품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의 주체는 오랫동안 대흥동에 자리 잡고 살아온 주민과 예술가 및 공간이고 전시품은 그들이 그 공간에서 쌓아온 예술과 관련된 삶과 소통이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윤후영 씨는 “주민인 두 사람이 스스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문화 예술인과 교류해온 삶과 소통이 소재”라며 “예술가와 예술 작품만 조명하는 전시회는 오히려 균형을 잃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주인공 또는 소재로 선택된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정명 씨는 내슈빌(미국 테네시 주) 컨트리 음악제에서 입상한 대전의 대표적인 컨트리 뮤지션이다. 그의 어머니가 1964∼65년 운영한 묘향여관은 대흥동에서 대전 예술가들이 최초로 활동한 공간이었다. 이혜경 씨는 스스로 미술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와인카페를 1990년대와 2000년대 현대 미술가들이 예술적 담론을 펼칠 수 있는 ‘살롱(담론의 무대)’으로 만들어 왔다.

윤 씨는 “앞으로도 다른 소재로 계속될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은 전시를 통해 참가자(대흥동 주민)들에게 옛 도심인 대흥동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워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하나의 예술로 다룸으로써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010-5453-8802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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