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추락] 러시아 책임 커 ‘3차 발사’ 요구 설득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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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도전’ 어떻게 될까
위성 2개 모두 잃어… 연내 제작 힘들듯

엔진 이상땐 구조개선 필요
발 사 2, 3년 이상 걸릴수도

나로호는 언제 3차 발사에 나설 수 있을까.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3차 발사를 공언하면서 나로호가 다시 우주로 날아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는 나로호가 1, 2차 발사에 모두 실패할 경우 3차 발사를 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나로호 실패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지난해 8월 1차 발사 때 페어링(위성보호덮개) 분리 실패로 위성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자 “러시아는 성공, 한국으로서는 부분적 성공”이라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실패 이유는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의 폭발 때문일 가능성이 커 1차 발사 때보다는 러시아의 책임에 훨씬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교과부는 1단 로켓이 발사 후 229초에 정지되는데 그 이전인 137.19초에 1단 로켓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통신 두절과 폭발 섬광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1차 발사 때의 페어링 분리 실패보다는 러시아의 책임이 훨씬 커 보이는 이유다.

항우연 관계자는 “러시아의 임무는 1단 로켓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며 “원인이 무엇이든 위성을 올리는 데 실패했으므로 3차 발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가 추가로 보상을 요구하거나 3차 발사가 계약사항이 아니라고 버틸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러시아와 다시 1단 로켓 도입을 합의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나로호 발사를 위해 만든 2대의 과학기술위성 2호를 만들었지만 2번의 발사 실패로 이를 모두 잃었다. 위성 1개는 136억 원짜리다. 김태권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실장은 “이미 2번이나 제작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몇 개월 안에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엔진 문제가 경미할 경우 올해 안에 러시아에서 다시 새 로켓을 들여오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위성 제작 문제 등으로 최소한 1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엔진 문제가 클 경우 구조 개선과 성능 시험 등에 시간이 오래 걸려 3차 발사에 2∼3년이 걸릴 수 있다.

항우연은 나로호 프로젝트 외에도 2002년 이후 중단했던 30t급 엔진 개발을 2008년 재개한 데 이어 현재는 75t급 엔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까지 1.5t급 실용 인공위성을 실어 올릴 로켓 발사 능력을 확보하고, 2020년에는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우주개발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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