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고성 ‘침묵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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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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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사건 이은 천안함 침몰… 더 멀리 달아난 금강산 관광 재개 꿈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가는 길. 안개에 살짝 가려진 산들이 북한 땅이다. 이인모 기자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가는 길. 안개에 살짝 가려진 산들이 북한 땅이다. 이인모 기자

2년간 식당 159곳 폐업, 454명 일자리 잃어
지역경제 궤멸상태… 郡, 정부에 긴급 ‘SOS’


“하루에 오징어 한 축 팔기도 힘들어요. 이러다 이 동네 가게 다 망할 것 같아요.”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한 건어물 가게 주인이 하소연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기 때문. 금강산 관광객들로 붐비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출경장은 굳게 잠겨 있고 현대아산의 화진포휴게소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각종 상점 가운데 문이 닫힌 곳도 많다. 휴폐업한 상점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그 앞으로 군용 차량과 수학여행 차량만이 오가고 있었다.

“요즘은 수학여행 학생들밖에 없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오징어를 사겠어요, 명란젓을 사겠어요?” 상인들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하루 매상이 100만 원을 쉽게 넘을 만큼 경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제는 마수걸이를 하지 못하는 날도 자주 있다.

고성군 현내면의 금강산 가는 길이 썰렁하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이 지역 업소들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인모 기자
고성군 현내면의 금강산 가는 길이 썰렁하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이 지역 업소들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인모 기자
고성군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관내 음식점 1062곳 가운데 159곳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77억 원. 숙박업소와 주유소, 건어물점, 납품업체 등의 손실을 모두 합하면 총 585억 원이나 된다. 454명이 직장을 잃었고 실직 가장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결손가정이 급격히 증가했다. 22개월 동안 홀몸노인은 548명이 늘어나 1830명에 이른다.

최근까지도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급랭하면서 관광 재개를 고대했던 주민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북한은 4월 금강산 지역의 남측 정부시설 몰수와 민간 부동산 동결 조치를 취했다.

고성군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역 경제가 완전히 마비될 것으로 판단하고 정부에 특별지원을 건의했다. 고성군은 18일 청와대와 통일부, 행정안전부에 ‘동해안 최북단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 건의서’를 보냈다. 건의서에 따르면 한 해 20만∼30만 명에 이르던 금강산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실직자가 늘어나고 월평균 29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 예산 특별 지원 △국회의정연수원 확정 용지에 조기 착공 △금강산전망대 개방으로 금강산 대체 관광 여건 조성 △동서남북 연결 교통망 확충사업 조기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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