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km떨어진 곳까지 확산…“방역대 설정前 퍼졌나”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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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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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막아라” 출입차량 소독 구제역이 내륙 깊숙이 확산된 가운데 22일 구제역 감염이 확인된 충북 충주시 신니면 이모 씨의 돼지 농장 입구에서 방역당국이 통행 차량 바퀴를 소독하고 있다. 충주=박영대 기자
“확산 막아라” 출입차량 소독 구제역이 내륙 깊숙이 확산된 가운데 22일 구제역 감염이 확인된 충북 충주시 신니면 이모 씨의 돼지 농장 입구에서 방역당국이 통행 차량 바퀴를 소독하고 있다. 충주=박영대 기자

충주 전파경로는
혈청형, 강화와 같은 O형
인공수정車 강화 방문뒤
충주도 다녀가 전파 추정

역대 최악의 구제역 되나
도살처분대상 4만2793마리
내륙 파고들어 잠복 가능성
‘2002년 16만마리’ 넘을수도

결국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인천 강화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 김포를 거쳐 내륙 한복판인 충북 충주시까지 확산된 것으로 22일 확인되면서 사실상 전국이 구제역 위험지역에 접어들었다.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은 “충주는 내륙 교통의 중심지이고, 돼지는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력이 매우 빠르다”며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최고 수준의 위기관리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8일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구제역이 인천 강화, 경기 김포, 충북 충주 등 3개 시도 8개 농장에서 발생함에 따라 구제역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최초 발생지점으로부터 136km에서 발생


농식품부는 “충주시 돼지농장의 구제역 혈청형은 강화와 같은 ‘O형’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강화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인천 강화군 선원면 A 씨의 농장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강화군 일대를 1차 방역대로 설정하고 방역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19일 김포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1차 방역대가 무너졌고, 이후 구제역은 김포 일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설정한 2차 방역대마저 뚫고 내륙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충주의 돼지농장은 A 씨 농장과 136km가량 떨어져 있다.

일단 정부는 모돈(어미돼지)과 정액을 양돈농가에 공급하는 회사 차량들이 3월 말 강화와 충주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경로를 따라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일한 회사이지만 각기 다른 차량이 강화와 충주를 방문한 데다 시점도 오래돼 다른 경로로 전파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적·물적 이동과 같은 역학관계를 파악해야 차단 방역이 가능한데, 정부는 아직 추정만 하고 있을 뿐 정확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3개 역학조사반을 긴급 투입해 철야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금은 1월과 달리 날씨가 따뜻해 바이러스 활동의 최적기라는 점도 방역활동의 걸림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대가 마련되기 전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도 있고, 봄철이라 바이러스가 활발하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며 “전국의 축사에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발생지역 반경 3km 도살처분 시작

정부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충주시 신니면 발생농장으로부터 반경 20km까지 방역대를 설정하고, 위험지역(발생지역 반경 3km) 내 1만2640마리에 대한 도살처분을 시작했다. 농식품부는 “통상 반경 500m 이내에서만 도살처분을 실시하지만 충주는 내륙지역이고 바이러스 전파력이 빠른 돼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도살처분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살처분 대상 우제류는 강화, 김포를 포함해 4만2793마리로 늘어나 앞서 발생한 2000년 구제역(2216마리), 올해 1월 구제역(5956마리) 규모를 넘어서 사상 최악의 구제역으로 기록된 2002년(16만155마리)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02년은 이번처럼 돼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며 “도살처분 대상이 늘어나겠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제역이 장기화할 경우 구제역 발생 지역 농장들의 가축 출하가 막혀 이를 정부가 사들이는 가축 수매자금 역시 급속도로 불어나게 된다. 정부는 일단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지금까지의 피해액을 1200여억 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전국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필요한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매몰 처리된 가축은 시가로 보상하고, 축산 농가의 생활안정을 위해 보상금의 50%를 미리 지급하겠다”며 “구제역이 끝나고 농가가 다시 가축을 구입할 경우 시세의 100%를 융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역 의심신고 시 곧바로 방역대를 설정해 이동통제에 착수하는 한편 위험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구제역(口蹄疫) ::

소 돼지 양 염소 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偶蹄類)이 걸리는 급성 바이러스성 가축질병. 전파속도가 빨라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입(口)과 발굽(蹄)에 물집이 생겨 붙은 명칭이다. 영어명은 FMD(Foot and Mouth Disease). 잠복기는 최장 14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입술, 잇몸, 입안, 젖꼭지,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기면서 심하게 앓거나 폐사하는데 폐사율이 50%가 넘는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 전파되지는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발생 국가의 육류는 수입이 금지된다. 구제역은 193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고, 정부 수립 이후에는 2000년, 2002년, 올해 1월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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