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온다고?” 잠 못 이루는 소록도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내달 5일 英 교향악단과 공연
“편견-차별 줄일 좋은 기회”
마을 리모델링도 착착 진행

‘천형의 섬’으로 불리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낡은 거주지가 재건축 작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소록도 신생리에서 재건축 현장소장이 진행 중인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천형의 섬’으로 불리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낡은 거주지가 재건축 작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소록도 신생리에서 재건축 현장소장이 진행 중인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험험. 이장입니다. 조용필 음악회에 참석할 주민들은 신청을 해주세요.” 8일 전남 고흥군 도양읍 중앙리. 어린 사슴을 닮은 소록도(8.4km²·약 254만 평) 중앙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에 방송이 흘러나왔다. 영국 교향악단인 ‘필 하모니아’와 가수 조용필이 다음 달 5일 소록도 우촌복지관에서 함께 펼치는 공연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 세계적 공연에 들뜬 주민들

소록도 주민 590여 명은 다음 달 16일 제7회 전국 한센인의 날을 앞두고 열리는 공연에 들떠 있었다. 유명 음악가들을 만난다는 설렘 외에 이번 공연이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민은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른 가수 조용필을 모르는 한센인이 없다”며 “살다 보니 조용필을 직접 보게 됐다”며 기뻐했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를 제외한 주민 200여 명이 공연을 볼 예정이다.

1916년 소록도에 강제 격리된 주민들은 한동안 세상의 멸시에 마음을 닫았다. 주민들은 1984년 당시 교황 바오로 2세가 소록도를 방문한 게 한센인에 대한 시각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26년간 각계각층에서 소록도를 찾자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소록도는 지난해 소록대교 연결 이후 더 열린 섬으로 바뀌고 있다.

○ 육지가 된 소록도는 변화 중

소록도 병원에서 100여 m 떨어진 신생리. 인부 10여 명이 한옥 9개 동을 고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인근 중앙리 한옥 2개 동도 공사로 분주했다. 전기 전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구재희 씨(69·여)는 “겨울에 처마 빈 공간으로 찬바람이 씽씽 들어오는 폐허 같은 곳에서 33년을 살았다”며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되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공사 현장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이 폐허처럼 남아 있어 그동안 힘들었던 삶을 느끼게 해줬다. 리모델링하는 주택은 60m²(약 18평) 규모. 주민들 취향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고쳐진다. 홍성규 한솔건설 현장소장은 “5개 마을의 개보수를 하는데 주민들이 세심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6월경 공사가 끝나면 소록도 전체 주택 55개 동(252가구) 중 43개 동(177가구)이 탈바꿈한다. 소록도는 올 2월 수돗물이 94년 만에 처음 공급됐다.

○ 열린 마음으로 소통

소록대교가 지난해 3월경 완공된 후 1년간 소록도를 찾은 관광객은 85만 명이었다. 한센인 사진작가 이남철 씨(61)는 “다리로 연결된 후 세상과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다”며 “원할 때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좋다”며 밝게 웃었다.

소록도와 사회의 소통이 부쩍 늘자 부정적 문화가 유입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주민은 “버려진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고 몰상식한 일부 관광객이 집 문을 불쑥 열어보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세상과의 교류가 늘면서 차별과 편견이 줄었고 생활 여건이 개선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센인 수필가 강창석 씨(58)는 “한센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세상에 다가서고 있다”며 “사회의 차별과 편견은 일부 줄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