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판결 ‘원님재판-로또재판’ 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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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헌재소장, 서울대 법학대학원 특강서 언급

“법관의 양심은 직업적 양심
주관적 양심과 혼동 말아야”
대법 사법개혁안도 반대뜻

“법관이 특별한 소신, 신념을 갖고 있더라도 그러한 것들을 이유로 재판을 한다면 ‘현대판 원님 재판’ ‘로또 뽑기 재판’이 될 수 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5일 서울대 100주년기념관 주산홀에서 열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최근 사법개혁 논의의 발단이 된 ‘튀는 판결’ 논란에 대해 “법관들이 ‘법관의 양심’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소장은 “헌법에서 말하는 법관의 양심은 개인의 내면적, 주관적 양심이 아니라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양심을 뜻한다”며 “법관은 개인적 가치관과 종교관을 배제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지키며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튀는 판결’ 가운데서도 법률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이 있다”며 “다만 튀는 판결일수록 국민과 상급법원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탄탄한 논증구조나 법리적 깊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대법원 자체 사법개혁안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 소장은 “대법원은 법률해석의 통일을 기하는 정책법원으로 남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삼세판’을 좋아해서 비용과 시간이 들어도 대법원에서 결론을 내보고 싶다는 국민 정서가 강하다”며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 남을 것인지, 세 번째의 재판 기관으로 갈 것인지는 국민의 합의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헌재와 대법원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선 “전 세계적 흐름을 보더라도 헌재가 독립된 나라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헌재가 독립한 나라가 86개국으로 굉장히 늘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대법원과 헌재를 통합하자는 것은 1987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 이전의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헌재는 무력화되고 그동안 헌재에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던 부분도 구제받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4년간 법관으로 일했던 이 소장은 대법관을 지낸 뒤 2007년 1월 헌재 소장으로 취임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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