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30분만에 설자리도 없이 가라앉는 상황… 승조원들 침착하고 질서있게 고무보트 옮겨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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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구조 해경 고영재 함장

천안함 침몰사고 현장에서 나흘간 수색작업을 돕다가 30일 인천에 귀항한 해경 경비함인 501함 고영재 함장(55·경감)은 “26일 오후 10시 15분경 사고해역에 도착해 보니 천안함은 이미 90도가량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3분의 2 정도가 침수돼 함미 부분은 보지 못했다”며 “승조원들은 함수 부위의 포탑과 조타실 등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함수 부위에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천안함이 가라앉아 상황이 긴박했지만 모든 승조원이 침착하게 질서를 지키며 고무보트에 옮겨 탔다”고 당시 구조상황을 설명했다. 승조원의 상태에 대해서는 “대부분 군복이나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구명의를 챙겨 입은 장병도 있었지만 물에 젖지 않았다”며 “승조원들 모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특별하게 물어본 것도 없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는 “고무보트에 태운 승조원을 501함으로 옮겨 식당과 사관실 등에서 머무르게 했고, 부상을 입은 승조원은 경비함에서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으로 간단하게 치료했으며 부목을 대줬다”고 말했다. 고 함장은 “천안함에서 구조된 최원일 함장과 승조원들은 경비함에서 40분 정도 머물다가 27일 0시 20분경 모두 해군 고속정으로 인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 활동을 하다가 한 승조원이 “내가 마지막이다”라고 해 구조를 중단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최 함장이 ‘더는 생존자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해군과 함께 27일 오전 2시 반까지 수색을 계속했다”고 반박했다.

500t급으로 1978년 건조된 501함은 인천해경에 소속된 경비함 25척 가운데 비교적 중형급에 해당한다. 폭 8m, 길이 60.8m 규모로 최대속력이 25노트(시속 46km)에 이르며 평소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와 대청도 일대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임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한편 기자회견에 고 함장과 함께 참석한 김남오 501경비함 갑판장은 “구조된 승조원들이 함께 천안함을 빠져나오지 못한 전우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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