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홈스테이로 ‘한국의 情’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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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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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홈스테이 가정 가보니
이국문화 ‘소통’하고 서로 말배우기는 덤
“가족처럼 허물없이 생활…홈스테이 성공운영 비결”

서울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홈스테이 문화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반은경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가족들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일본인 투숙객 이와마쓰 아쓰코 씨(오른쪽)가 소개하는 일본 잡지를 보며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서울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홈스테이 문화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반은경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가족들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일본인 투숙객 이와마쓰 아쓰코 씨(오른쪽)가 소개하는 일본 잡지를 보며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집 떠난 불편함이 어떤 것인지.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많은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에서 ‘홈스테이(homestay)’ 문화가 인기 있는 이유다. 홈스테이는 말 그대로 평범한 일반 가정에서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달간 머물며 그 나라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서울에도 홈스테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대학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민간 홈스테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250개 홈스테이 가정을 인증했다. 교통 및 입지 조건, 청결 수준, 방 구조, 가능 외국어 등을 꼼꼼히 점검한 결과다. 2008년 홈스테이를 시작해 지난해 시 인증을 받은 한 가족을 23일 만나 한국만의 홈스테이 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 70대 노부부의 이야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임좌남(72) 정영례 씨(72) 부부는 자녀들이 하나둘 집을 떠나면서 방 두 개가 남았다. 이 부부는 며느리의 제안으로 남는 방을 홈스테이 외국인들에게 내주기로 했다. 주변에 연세대 등 대학이 많다 보니 한국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 적적하던 집 분위기도 밝아지고 용돈 벌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투숙객 한 사람에 하루 3만∼4만 원씩 받는다. 방에는 침구와 책상, 옷걸이가 있다. 자연스러운 한국식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좌식생활과 식사 메뉴를 부부가 평생 살아온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 집의 특징. 정 할머니가 “젊은 외국 학생들은 찌개 종류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 그래도 한국에 왔으면 한국 음식을 먹어야지”라고 말을 꺼내자 할아버지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 대신 음식이 입맛에 정 안 맞는 손님들을 위해 주방과 냉장고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또 화장실은 게스트용을 따로 내줬다. 유학생들 사이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스파르타’식 한국어 교사로 통한다. 두 사람 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답답한 학생들이 알아서 한국어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 40대 며느리의 이야기

연희동 시댁에서 멀지 않은 빌라에서 살고 있는 며느리 반은경 씨(40)는 솔직히 처음에는 자녀 영어교육 욕심에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저도 캐나다로 어학연수 갔을 때 홈스테이를 했거든요. 영어가 공부가 아니라 소통 방식이다 보니 빨리 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영어에 자신감을 길러주고 싶어 시작했죠.” 낯선 이방인을 보고 놀라 엄마 뒤로 숨곤 하던 세 아이는 다섯 번째 손님이 집을 찾았을 무렵 태도도, 영어 실력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딸 임어진 양(12)은 “덕분에 요즘 영어회화는 반에서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자녀교육 욕심에 도전한 홈스테이였지만 1년 넘게 스위스, 미국, 홍콩,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반 씨의 마음은 더 활짝 열렸다. 꼭 영어권에서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졌다. 일주일간 이 집에서 묵은 일본인 관광객 이와마쓰 아쓰코(岩松溫子·여) 씨도 이날 전자사전의 도움을 받아가며 아이들과 일본 잡지에 실린 가수 비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반 씨는 게스트들과 함께 식사 준비도 하고 저녁에는 찜질방에 가기도 한다. “진짜 가족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게 홈스테이를 잘 운영하는 비결”이라며 “홈스테이는 정(情) 많은 한국인이 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는 “서울 시내에서 저렴한 숙박시설을 찾기 어려운 데다 외국인 학생들은 월세집 계약도 어렵다 보니 홈스테이가 좋은 대안”이라며 “외국인들이 서울을 제2의 고향으로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관광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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