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학부모 총회 참석 자세 ‘YES’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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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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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끄덕… 열심히 메모… 교사설명 경청하는 모습 보이세요


《“학부모총회 때는 뭘 하나요? 녹색어머니회, 학부모순찰대를 어느 엄마가 맡는지는 손들어서 결정하나요, 아님 종이에 적어서 내나요? 끝나고 다른 엄마들이랑 차 마시고 이야기도 하나요?”
초등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서모 씨(36·서울 송파구)는 학부모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긴장되는 담임교사와의 첫 만남.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담임선생님에게 엄마와 아이의 이미지를 ‘플러스’로 남길 수 있을까.
학부모총회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초등 학부모라면 현직 교사들과 선배엄마의 조언에 귀기울여보자. 학부모총회를 십분 활용할 실마리가 보인다.》

개별 면담 너무 많은 얘기 말도록… 별도상담은 4월 이후로
자녀 단점 언급 금물… 보직 맡으면 교사와 가까워질 기회


처지를 바꿔보자. 학부모총회는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긴장되는 자리다. 학부모에 대한 교사의 첫 인상이 결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서울 목동의 5년차 A 교사는 “교사에게는 (학부모)총회가 공개수업보다 부담스러운 자리”라면서 “교사가 한 해 교육방향에 대해 설명할 땐 뻔한 이야기라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메모하는 학부모가 교사를 향해 백 마디 칭찬을 하는 학부모보다 인상적”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학급 내 자녀의 자리에 앉게 되기 때문에 대번에 누구의 학부모인지 알 수 있다는 것. A 교사는 “총회 때는 많은 학부모를 한꺼번에 만나기 때문에 어떤 옷을 입고 오셨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교사도 긴장되는 만큼 긍정적인 표정과 태도로 임하는 학부모가 기억에 남는다”고 귀띔했다.

개별면담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욕심을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총회가 주로 열리는 3월 셋째 주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개개인을 제대로 파악하긴 역부족이다. 총회 때는 간단히 좋은 인상을 각인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추후 미리 약속을 한 후 상담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교사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학생의 수업태도, 교우관계, 학습결과물을 관찰할 수 있으므로 깊이 있는 상담을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센스 있게 자녀를 어필하는 방법은 있다. 자녀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거나 특정 분야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 효과적. 예를 들어 “○○가 가야금 연주를 좋아해서 가야금을 전공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레슨을 받고 있다”거나 “과학실험과 우주에 관심이 많아 1학년 때부터 과학관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식이다.

자녀의 단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한 초교 10년차인 B 교사는 “학기 초 장점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학부모로부터 ‘예전에 아이가 한때 잘난 척을 한다고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후부터 적극적이고 활발했던 아이의 모습이 다소 과하게 느껴지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교사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는 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맡게 되셔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한 아이만 예뻐하셔서 우리 아이가 상처를 받았었다”는 등 과거 담임교사에 대한 험담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 듣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거리감을 두기 십상이다.

담임교사가 아이의 첫인상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말을 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예를 들어 교사가 “아이가 산만하고 수업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면 “집에서는 그렇게 산만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아마 제가 잘 몰랐나 봐요. 환경이 바뀌고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조금 흥분한 것 같습니다. 잘 지도하겠으니 앞으로도 산만한 행동이 지속되는지 잘 관찰해주세요”라고 답할 수 있다. 교사가 지적한 단점이 늘 보이던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 핵심.

초등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안모 씨(40·서울 서초구)는 “단점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에둘러 표현하는 교사도 있다”면서 “아이가 산만한 것을 ‘활동적이다’고 한다든가 쓸데없는 질문이 많은 것을 ‘호기심이 많은지 이것저것 질문이 많다’고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잘 듣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 각종 학부모 대표 보직은 맡는 것이 좋을까? 한 초교 20년차 C 교사는 “저학년일수록 학급에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도와주시는 학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초등 5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주부 박모 씨(39)는 “이른 아침부터 활동하는 녹색 어머니회처럼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활동이 몇 가지 있다”면서 “선생님이나 다른 학부모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므로 여유만 있다면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부러 자리를 뜨는 방식으로 이런 보직을 피하는 모습은 교사의 눈에 좋게 비치기 어렵다. B 교사는 “학사일정에 대한 설명이 끝날 때 즈음 교실에서 나가서 대표 선출이 끝날 때쯤 ‘동생이 다른 반에 있어서 잠시 다녀왔다’며 돌아오는 학부모도 있다”면서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차라리 ‘직장일이 무척 바쁘다’ ‘큰 아이가 수험생이다’ ‘막내가 아직 어리다’ 같은 이유를 대며 솔직하게 고사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첫 아이가 1학년인 학부모들은 학부모총회 때 서로 만난 인연이 졸업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엄마 인맥은 자녀 인맥으로 연결되어 학원, 학습정보를 공유하거나 모임을 만들어 체험활동에 참여한다거나 생일파티 때 초대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바쁜 직장엄마라면 학부모총회를 통해 ‘절친’ 학부모 한두 명은 꼭 만들어놓는 것이 좋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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