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읽기능력이 경쟁력/예비 중1, 읽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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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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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안되면 국어-수학-과학-수행평가 줄줄이 ‘와르르’
갑자기 길어진 지문-어려운 어휘 때문에 ‘쩔쩔’
서술형 문제… 문장형 문제… 이해 못해 엉뚱한 답 선택
기초체력 어휘력 키우고 글 갈래별 읽기 훈련을

《‘옛날 부모에게는 독선(獨善)의 경향이 있었지만 인생에 대해 확고한 신념(信念)을 가지고 자신만만하게 자녀를 가르치던 그들의 태도는 분명히 본받을 만한 장점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전모 양(14)은 국어 교과서를 읽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다. 학교 공부의 기본은 교과서라는데, 본문 내용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차입’ ‘훈육’처럼 난생 처음 본 어휘가 지문 곳곳에 불쑥불쑥 등장해 한 문단을 읽은 뒤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면서 방금 전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앞 문단과 뒤 문단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험에 출제되는 △필자의 의도 또는 글의 주제를 찾는 문제나 △지문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생각을 유추해 답안을 작성하는 서술형 문제는 여지없이 틀린다. 문제는 이런 ‘비극’이 국어에만 국한되지 않는 데 있다. 사회, 과학에서도 문제와 함께 제시된 읽기 자료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열심히 문제를 읽고도 정답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전 양은 지난해 평균 7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오륜중 국어담당 정미선 교사는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중학교 교과서엔 여러 분야, 다양한 장르의 장문(長文)이 실리는 데다 수준 높은 어휘가 많이 등장한다”면서 “읽기 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중1 학생들의 경우엔 글을 읽고도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쓰인 글(설명문)인지, 감상을 목적으로 한 글(문학)인지, 의견을 내세우는 글(논설문)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들은 교과서 본문 또는 수업시간에 제공되는 자료를 읽고도 핵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문맥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TV 시청이나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고,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 읽기 능력 자체가 떨어진 학생이 많기 때문.

이런 학생 중엔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가 벅차거나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문제는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한 번 ‘공부가 어렵다’고 느낀 학생은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잃기 쉽다는 것.

읽기 능력 부족으로 인해 전반적인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불상사’는 특히 중1 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초등학교 때에 비해 교과 과정의 수준 자체가 한층 어려워지는 데다 과목 수가 늘어 학습의 절대량도 대폭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읽기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을 경우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어시험의 경우 △5개의 선지 중 지문을 요약한 내용의 성격이 나머지 넷과 다른 것을 고르는 문제(핵심내용 파악) △지문에 나타난 일화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유추 능력)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문제(사고력) △주인공의 가치관을 바르게 표현한 선지를 고르는 문제(어휘력) 등 ‘읽기 능력’의 바탕이 되는 핵심 요소들을 평가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다른 주요 과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학은 수식을 세우는 데 필요한 조건을 문장으로 길게 설명하는 ‘문장형 문제’가, 사회 과학엔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 조건에 맞게 답안을 작성하는 서술형 문제의 출제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문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질 경우 고득점하기 어렵다.

읽기 능력 부족은 말하기·쓰기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말하기·쓰기는 읽기를 통해 여러 분야의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풍부히 쌓아야 가능하다. 중학교 교과과정에선 토론이나 발표와 같은 말하기나 교과서 본문 내용 요약 또는 독후감 같은 쓰기 수행평가가 실시되기 때문에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수행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1 학생들이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들이 ‘기술적 읽기’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다. 중1 학생 중엔 늘어난 학습량 때문에 교과서를 찬찬히 읽고 이해하는 ‘학습’ 자체보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훈련에만 초점을 맞추는 학생이 적지 않다. 교과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보단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만 반복해 읽거나 문제집에 실린 요점정리만 달달 외우고 곧바로 문제풀이에 들어가는 것.

시험 대비를 위한 읽기에만 치우치면 읽기 능력의 바탕이 되는 △어휘력 △전후 맥락을 통해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유추능력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이해력도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서울 경희여중 국어담당 강용철 교사는 “설명문 논설문 소설 수필 등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글은 갈래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읽어야 하는데, 이를 모른 채 글을 읽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것”이라면서 “내용 이해에 가장 중요한 어휘력을 키우고, 갈래별 접근법을 익혀야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읽기 훈련, 어떻게 해야 할까? →C6면에 계속

[도움말 장미진 에듀플렉스(대치 2) 수석 컨설턴트, 이정아 TMD교육그룹 수석컨설턴트, 전선영 구몬학습 교재개발팀 국어팀장]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읽기 능력이 부족하면 틀릴 수밖에 없는 중1 국어문제

△ 어휘력
· 지문에 밑줄 친 단어 ㉠∼㉤ 중 내용상 뜻풀이가 바른 것은?
· 주어진 낱말을 비슷한 의미의 낱말로 잘못 바꾼 것은?

△ 핵심 내용 또는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
· 이 글의 각 단락의 중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고 할 때 마지막 빈칸에 들어갈 내용으로 알맞은 것은?

△ 유추 능력
· 이 글이 주는 교훈을 50자 내외로 쓰시오.(서술형 문제)
· 글 (나)에서 주인공이 ‘마음의 병’을 얻은 이유로 가장 적합한 것은?

△ 논리적 사고력 및 비판 능력
· 글 (가), (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쓴이의 의도는?
· 다음 제시문에 드러난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료제공 에듀플렉스, 서울 오륜중 정미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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