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내 밴드 지휘자… 동아리 결성-주도… 리더십 ‘길’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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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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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식-열정 제대로 실천하면 얼마든지 좋은 점수
활동-경력 사항 증명할 사진-자료도 꼼꼼히 챙겨야
‘입학사정관, 임원 경력 무조건 높이 평가’는 착각!

《학생이 가진 리더십은 상급학교 입시에서 중요한 자질로 평가될 수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학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이룬 학생을 입시에서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반장, 전교 회장이란 타이틀이 있어야만 리더십을 평가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입시에서 실제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고교,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단순히 반장, 학급회장 경력으로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학부모들의 착각”이라면서 “심층면접을 해보거나 다른 비교과 활동,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를 살펴보면 학생이 스스로 반장 회장에 당선됐는지, 아니면 부모의 도움으로 됐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장, 전교 학생회장 경력은 입학사정관의 시각에선 오히려 천편일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입학사정관을 매료시킬 또 다른 ‘리더십의 증거’는 없을까?
반장, 회장 말고도 리더십을 평가받을 매력적인 방법은 없을까?》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해 올해 경기외고에 진학하는 엄주영 군(15). 외고 지원 시 그는 활동보고서에 ‘교내 반별 팝송 대회’에서 지휘를 했던 경험을 적었다. ‘총책임’을 지는 지휘자로서 밴드 연주에 필요한 베이스기타와 드럼을 자신이 직접 빌려온 경험, 친구들과 모은 돈으로 저렴하지만 돋보이는 단체 의상과 응원도구를 준비한 경험도 적었다.

무더운 여름에 40명의 친구들을 연습실로 모이도록 설득하는 과정은 힘들었다. 엄 군은 활동보고서에 ‘힘든 과정 속에서 리더로서의 고통을 알았고 (이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배웠다.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이끌기 전에 리더로서의 마음을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또 학교 영어예술제 때 ‘방과 후 영어회화반’을 이끌면서 원어민 교사, 친구들과 토의하며 공연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음악을 준비했던 경험도 기록했다. 엄 군이 속한 팀은 전교생에게 큰 웃음을 주고 특기상을 받았다.

특목고 등 고교와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평가하는 리더십은 서로 약간 다르다. 고교 입시에서는 리더십을 별도의 항목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학생의 전반적인 인성을 평가하는 데 참고하거나, 지원자의 꿈이나 목표가 ‘글로벌 리더’ 등 리더십과 긴밀한 연관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반면 일부 대학에선 입학사정관 전형 중 별도의 ‘리더십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또 대학에 따라 평가기준도 매우 다르다. 학교 임원활동을 포함한 봉사활동, 외부활동에서의 대표 경험을 모두 리더십으로 간주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고교 시절 반장이나 전교 회장 경력이 있는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가진 대학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입학사정관은 단순히 학생의 임원 경력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십과 전공 간의 연관성 △리더십과 적성 계발 계획 △미래 비전과 관련된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므로 학생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주도적으로 활동을 이끌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나 모임을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일 수도 있다. A 군은 초등 5학년 때부터 배드민턴에 흥미가 있었다. 하지만 교내 특별활동부가 없어 배드민턴을 연습할 기회가 없었다. A 군은 놀토(수업이 없는 토요일)인 매달 둘째, 넷째 주에 학교에 나와 함께 운동할 친구 여섯 명을 모았다. A 군은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학교에 배드민턴부가 없자 초등학교 때 경험을 살려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이런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장시간 쏟은 열정으로 일단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배드민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부원이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입학사정관은 어떻게 모임을 이끌어왔는가를 살펴보면서 리더십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모임에 배드민턴을 잘 못하는 친구가 있어 실력이 좋은 친구와 팀을 이뤄 연습하도록 도와준 경험 같은 것이다. 생생한 기록과 함께 이를 증명할 만한 사진, 자료가 첨부된다면 더 어필할 수 있다. 그래서 자료는 평소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관심 있는 분야의 작은 모임이나 조직의 팀원, 조장, 리더로서 발표나 축제, 공연 준비를 주도적으로 했던 경험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올해 국제중에 진학하는 B 군(14)은 초등 6년간 단 한 번도 학급 반장이나 전교 회장을 한 경험이 없다. 국제중의 입학담당자가 B 군의 초등학교에서 실사를 진행했을 때였다. 입학담당자가 “모든 활동과 이력이 참 좋은데 왜 생활기록부에 반장이나 회장을 했던 경험이 없느냐”고 B 군의 담임교사에게 물었다. 담임교사는 “요즘에는 예전처럼 반장 경력이 아이의 리더십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B 군은 영재교육원에서 모임의 조장으로서 친구들을 잘 이끌고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에 대한 발표수업을 훌륭히 해낼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나다. 학급에서 친화력도 좋다”고 말했다. 담임교사의 신뢰가 담긴 추천에 입학담당자도 수긍했다.

경기외고 김은진 입학사정관은 “단편적으로 말해 외고 지원자 중 60% 이상이 반장 경력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차별성이 없을 뿐 아니라 우수한 리더십을 증명하지도 않는다”면서 “작은 조직의 리더로서도 얼마나 인상적인 경험을 했고 학급, 학교,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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