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학자금, 신입생 사전홍보-저소득층 추가지원 시급

  • Array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대출 받은 대학생 한 달 만에 15만 명 돌파

종전 4000만원 지원 한도 없애
금리, 시중銀7%대보다 낮은 5.7%

재원 유지위해 복리적용 불가피
소득확인서류 접수절차 줄여야

취업후학자금 상환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한 대학생들(왼쪽)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재단사무실에 마련된 학자금 상담창구에서 상담원에게 대출 절차를 물어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장학재단
취업후학자금 상환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한 대학생들(왼쪽)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재단사무실에 마련된 학자금 상담창구에서 상담원에게 대출 절차를 물어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장학재단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국장학재단은 ICL(든든학자금)을 이용해 학자금을 대출받은 대학생이 15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든든학자금의 장점이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아 일부에서는 오해와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의 특징과 향후 과제를 다시 짚어본다.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과 든든학자금 비교=종전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채무자가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매월 이자를 갚으면서 거치 기간이 끝나면 원리금도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소득이 없어도 학기 중에 이자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재학생들의 이자 상환 압박감이 심했다. 이자를 갚지 못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추가 자금 대출이 중단되고 취업에서 불이익을 보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든든학자금은 채무자의 소득이 생기기 전에는 상환을 유예하는 제도다. 소득이 발생해도 기준 소득을 초과하는 금액의 20% 상환 의무가 생기고 실직자가 되면 또다시 상환이 유예된다. 올해부터 든든학자금을 이용하는 신입생들은 적어도 재학 중에는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지 않는다. 또 대출금을 갚거나 새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기 중에 임시직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

종전 대출제도를 이용했던 일부 사립대 학생들은 총 4000만 원이라는 대출 한도에 막혀 등록금 전액을 마련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도입된 든든학자금은 이런 대출 한도를 없앴다. 자식의 등록금 때문에 노후 대비를 할 여력이 없었던 대학생 부모들도 자녀 학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복리 이자의 실상=2010년 1학기 든든학자금 대출금리는 5.7%다. 일각에서는 이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과 함께 든든학자금이 복리 구조로 설계돼 이자 부담이 크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직접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한편, 인터넷 직접 대출 방식을 도입해 지난해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7%대에서 5.8%로 인하했다. 또 올해 1학기에도 시중 금리가 올라가는 어려운 여건에서 금리를 0.1%포인트 더 내렸다.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대출은 ‘장학금’이 아니라 ‘대출상품’이다. 학자금은 빌린 뒤에 되갚는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거치 기간의 이자를 지원하면서 장학재단의 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다. 이런 점을 감안한 뒤 시중 금융권에 나와 있는 대출상품과 든든학자금의 금리를 비교해 보면 든든장학금의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복리이자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든든장학금은 거치 기간에는 단리의 이자가 적용되지만 상환 기간이 시작되면 복리의 이자가 붙는다. 일반 금융기관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상환하는 금융 상품에서 거치 기간과 상환 기간은 복리의 이자를 적용하고 있다.

다음 세대 대학생들이 든든장학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금융 시스템상 복리를 적용해야 재원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혈세가 든든학자금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재단은 든든장학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9조 원대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재원 조달 다변화를 위해 해외 채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올 1학기 수요가 늘어나면 추가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만일 재단이 지금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들에게 이자를 추가로 지원할 경우 든든장학금 재원이 금방 고갈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지급보증을 선 정부가 재단에다 혈세를 투입해야 하고 정부의 재정건성성도 떨어지게 된다. 또 국민의 세(稅)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일각에서 수십 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경우 원금보다 2배 이상의 돈을 갚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시간 흐름에 따른 화폐가치 변화와 납입 유예 기간의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은 얘기다.

▽든든장학금의 과제=정부와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을 중도 상환해도 수수료가 없다는 점 등을 알리는 한편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개선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든든학자금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재단 측은 제도 시행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든든학자금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우선 이 제도가 여야 줄다리기 합의로 올 1월 급히 시행되다 보니 신입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0년 1학기 대출 신청의 경우 법안이 통과되고 제도를 충분히 홍보할 시간 없이 시행했기 때문에 일선 상담 창구에서는 밤샘 근무를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신입생들에게 촉박한 일정에 대출신청서를 내라고 한 점은 앞으로 고쳐야 할 문제다. 올해 재단은 ‘가족정보 조기 접수’라는 제도를 시행했으나 충분한 안내가 없어 신입생들이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연세대 신입생 김모 씨(19)는 “내년부터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충분한 안내를 거쳐,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부터 사전 신청이 가능한 제도가 나와야 이용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소득분위 확인 각종 증빙서류 접수 등의 절차를 줄여 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소득분위 파악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소득분위 파악에 10일이 걸리는 지금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입생들에게 학자금 신청 기간을 충분히 주기 어렵다. 또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한 노력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책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군복무 대학생에 대한 추가 지원 대책 등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학생들의 반응
“재학중 상환압박 덜어
신청자격 완화했으면”


올해 처음 시행되는 취업후학자금 상환제도(든든학자금)에 대해 대학생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올 1월 15일부터 학자금 대출이 시작되면서 대출받은 대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든든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낸 부산대 김이람 씨(25)는 학자금을 대출받은 뒤 재학 중에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이 제도의 강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등록금을 부모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미래의 내 능력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떳떳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대학생들은 제도의 특징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숙명여대 정모 씨(21)는 “종전 대출제도에 따라 등록금을 대출받으면 졸업하기 전 이자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어 든든장학금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든든학자금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학자금을 빌린 신입생도 많았다. 인천대 신입생 김모 씨(20)는 “등록 기간이 짧아 마감 날에 혹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봐 학자금을 미리 신청했다”며 “이자나 상환 시기는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섞여 나왔다. 중앙대 정모 씨(21·여)는 “든든학자금을 이용하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채무자’로 남을 수 있어 종전의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이용해 등록금을 냈다”고 말했다.

든든학자금의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든든학자금의 대출신청 자격은 신입생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혹은 내신성적이 6등급 이상, 재학생은 직전 학기 성적이 B학점 이상이다. 단국대 김모 씨(22)는 “든든학자금 신청 자격이 안 돼서 이번 학기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며 제도 개선을 기대했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장학재단 측은 이 같은 반응을 제도 시행 초기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제도의 장점이 더 많이 알려질수록 부정적 견해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 재단의 안대찬 홍보팀장은 “든든학자금을 이용해본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호의적인 반응이 훨씬 더 많다”며 “수혜자가 많이 나오면 터무니없는 비난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