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함정 피하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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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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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대신 나무’… 부분에 함몰되면 전체 흐름을 놓친다

《대부분의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특정 부분에 집착해 전체적인 흐름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결국 판단을 그르치고 오류에 빠지는 결과를 낳는다. 수능 함정 유형 가운데 부분에 집착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는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글의 주제는 첫 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에 놓인다. 주제가 앞에 놓이면 두괄식, 뒤에 놓이면 미괄식이라고 한다.

모든 글은 중심화제와 그 속성을 담은 중심문장(소주제문), 중심문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뒷받침문장이 모인 문단으로 구성돼 있다. 중심문장은 글에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추리해야 하기도 한다.

비문학 독해를 할 땐 이런 원리를 알고 있어야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중심문장이 글에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면 글의 흐름을 파악해 중심 내용을 추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의 제목을 추리하는 문제나 신문 기사에서 표제나 부제를 붙이는 문제를 풀 때 쉽게 함정에 빠진다. 글 전체에서 해당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꼼꼼히 따져야 하며 문장의 위치나 어휘의 무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2003학년도 3월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에 출제된 문제를 보자. 글을 읽고 제목을 추리하는 문제다.
[예문] 2003학년도 3월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
벽돌은 흙을 구워 만드는 재료인 만큼 그 유서도 깊다. “벽돌 두 장을 조심스럽게 올려놓기 시작했을 때 건축이 시작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건축가가 있을 정도로 벽돌은 건축을 대변한다. 벽돌의 기본 의미는 ‘쌓음’에 있다. 벽돌을 쌓아서 이루어진 벽은 점을 찍어 화면을 채워 나가는 그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점묘파라 불리던 19세기의 프랑스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그들이 막상 이야기하려고 했다는 색채나 비례 이론을 다 떠나서 우선 보는 이를 압도하는 근면함이 화면 가득 묻어난다. 벽돌 건물을 보면 이처럼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아름다움은 단지 벽돌을 쌓았다고 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쌓았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것도 얼마나 ‘조심스럽게’ 쌓았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벽돌 무늬를 인쇄한 벽지를 바른 것이 아님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 쌓음의 흔적은 줄눈*에 새겨진다. 건축가들은 시멘트 줄눈을 거의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깊이로 파낸다. 줄눈은 빛을 받으면서 그림자를 만들고 벽돌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이루어졌음’을 확연히 보여 준다. 이처럼 벽돌 건물은 그 깊이감을 통해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에서도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서울의 동숭동 대학로에는 차분한 벽돌 건물들이 복잡한 도심 속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 건물들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특징은 우선 재료를 잡다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물의 크기를 떠나서 창문의 유리를 제외하고는 건물의 외부가 모두 한 가지 재료로 덮여 있다. 사실 솜씨가 무르익지 않은 요리사는 되는 대로 이런저런 재료와 양념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재료를 쓴들 불 조절이나 시간 조절을 적절히 하지 않으면 범상한 요리를 뛰어넘을 수 없다. 재료 사용의 절제는 비단 건축가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이너들이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막상 구현하기는 어려운 덕목이다.

벽돌 건물의 또 다른 예술적 매력은 벽돌을 반으로 거칠게 쪼갠 다음 그 쪼개진 단면이 외부로 노출되게 쌓을 때 드러난다. 햇빛이 이 벽면에 떨어질 때 드러나는 면의 힘은 가히 압도적이다. 일정하지 않게 생성되는 그림자가 이루어내는 조합이 쪼갠 벽돌의 단면과 어우러져 새로운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또한 벽돌을 쪼갤 때 가해졌을 힘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벽돌 건물들은 텁텁함의 아름다움과 박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건축가는 때때로 철거 현장과 폐허를 뒤져 뒤틀리고 깨진 벽돌만 모아서 벽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건축에서 재료는 단순히 물질적 속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방향을 규정한다.

건축가들의 재료 선택에는 그 재료의 물질적 속성 이외에 그 재료가 갖는 의미에 관한 성찰이 깔려 있다. 바로 이러한 성찰로 건물은 단순히 쌓아올린 벽돌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것 역시 감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줄눈: 벽돌이나 돌을 쌓을 때 사이사이에 시멘트 따위를 바르거나 채워 넣는 부분.」
첫 문장을 눈여겨보자. 이 글은 건물의 재료인 벽돌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는 ‘벽돌’과 ‘아름다움’이다. 이를 통해 벽돌 건물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한 글임을 알 수 있다. 첫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단어 ‘이처럼’만 봐도 그렇다. 네 번째 문단에서 ‘벽돌 건물의 또 다른 예술적 매력’이라는 표현도 이 글의 중심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출제된 문제는 다음과 같다. 글의 주제와 관련된 중심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다.

「56. 윗 글에 제목을 붙인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벽돌 건물의 정제된 아름다움과 투박한 아름다움
② 벽돌 건물, 땅에서 하늘로 치솟은 아름다움
③ 벽돌 건물의 강한 내구력과 세련된 외양
④ 벽돌 건물에 투영된 세상과 인간의 삶
⑤ 벽돌 건물의 일탈과 파격의 묘미」

풀이

이 글의 세 번째 문단에는 ‘재료를 잡다하게 사용하지 않고 벽돌로만 벽을 쌓아올려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고 나와 있다. 네 번째 문단에는 거칠게 쪼갠 단면이 외부로 노출되게 벽돌을 쌓아올려 텁텁한 아름다움과 박력을 보여준다고 나와 있다. 이런 내용을 포괄하는 제목은 ‘벽돌 건물의 정제된 아름다움과 투박한 아름다움’이다.

다른 답지를 보자. ② 벽돌 건물은 차곡차곡 쌓아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언급하지만 이것이 땅에서 하늘로 치솟은 아름다움이라고 볼 수 없다. ③ 벽돌 건물의 내구력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벽돌이 텁텁함의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나와 있지만 이것은 세련된 외양과 관련이 없다. ④ 마지막 문단에 ‘벽돌 건물에서 벽돌은 인간과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쉰다는 생명체가 된다’고 나와 있으나, 이것이 글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은 될 수 없다. ⑤ 벽돌 건물이 지니는 일탈과 파격의 묘미는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다. 정답 ①번.

이 문제의 정답률은 46.77%였으며, 상위 50% 학생의 정답률도 56.39%에 불과했다. 그 대신 오답지인 ④번에는 성적대별로 약 30%가 반응을 보였다. 왜일까?

글의 제목을 묻는 문제이므로 제시문의 내용을 파악해 적절한 제목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시간에 쫓긴 데다가 마지막 문단에 있는 ‘인간과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라는 구절에 끌려 정답을 잘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글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특정 부분에 집착하면 쉽게 함정에 빠진다.

오답률이 높았던 문항을 하나 더 보자. 글을 읽을 땐 대상에 대해 글쓴이가 어떤 시각이나 견해를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관점은 대상에 대한 글쓴이의 인식을 반영한다. 관점은 반드시 글 속에 근거가 있으므로 먼저 근거를 찾아야 한다.

「57. 예술품에 대한 인식이 필자의 생각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개인이 아니라 시대정신이 이루어 낸 것이다.
② 매체의 속성과 예술가의 안목이 결합된 것이다.
③ 예술가의 오랜 수련과 인내로부터 나온 것이다.
④ 과거의 관습을 탈피하려는 실험 정신의 소산이다.
⑤ 천재가 신(神)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풀이

글쓴이는 마지막 문단에서 재료의 물질적 속성이 갖는 의미에 대한 성찰이 있을 때 건물은 인간과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예술품은 매체의 속성과 예술가의 안목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정답률은 52.74%였으며, 오답지인 ③번의 반응률은 28.35%였다. 이는 제시문, 특히 마지막 문단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의 문제(56번)가 마지막 문단에 집착해 오답지에 반응을 보였다면 이 문항(57번)은 마지막 문단에 소홀해 오답지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정답 ②번.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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