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황사, 겨울 저기압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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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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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수증기 끌어올려 한반도에 눈 폭탄
중국-몽골 모래먼지 서북풍 타고 날아와

4일 서울에는 폭설이 내렸다. 적설량은 관측을 시작한 1937년 이후 가장 많은 25.8cm였다. 이보다 열흘가량 앞선 지난해 12월 25일에는 2009년 들어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이날 1시간 평균 최대 미세먼지농도는 m³당 백령도가 1120μg, 강화 1045μg, 서울 963μg, 수원 1132μg 등이었다.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은 “겨울 황사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한 해 중 가장 짙은 황사가 겨울에 찾아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이동성 저기압 때문에…”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많은 눈과 짙은 황사. 전혀 다른 두 가지 기상현상이지만 이유는 같다. 모두 ‘이동성 저기압’이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이다. 4일 수도권에 내린 폭설은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온 저기압이 원인이었다. 1.5km 상공에 따뜻한 공기를 몰고 온 저기압이 바다에서 수증기를 잔뜩 끌어올린 채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5km 상공에 머물러 있던 영하 30도 내외의 찬 공기와 만나 눈구름이 급격하게 발달한 것.

황사도 마찬가지다. 1차적 원인은 모래먼지 발원지인 중국 몽골 고비사막과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의 여름 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12∼25mm)으로 줄어들어 모래먼지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래먼지를 한반도로 운반해 온 것은 서쪽에서 움직이던 이동성 저기압이었다. 모래먼지를 잔뜩 빨아들인 이동성 저기압이 때마침 불어온 서북풍을 타고 한반도로 내려온 것이다.

○ 북쪽엔 강추위, 남쪽엔 온기가 원인

기상청은 아직 정확한 분석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겨울 저기압이 예년보다 많이 한반도를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기압이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지나가는 이유는 한반도 서북쪽은 매우 찬 공기가 자리 잡은 반면 동남쪽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과 북쪽의 기온차가 크게 날 경우 두 공기를 섞어 온도차를 줄이기 위한 대류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이 현상이 이동성 저기압이다.

한반도 서북쪽 시베리아 지방에서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내린 폭설이 녹지 않아 다른 해보다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고기압이 더 강하게 발달했다. 게다가 최근 북극 지방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극의 한기를 가둬놓는 공기의 흐름이 약해져 북극의 한기가 한반도로 내려왔다. 최근 강원 철원지역 기온이 영하 26.8도까지 내려가는 등 추운 날씨가 지속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같은 시기 일본은 기온이 0도 내외로 비교적 포근했다. 태평양의 수온이 정상보다 1.9도가량 높은 ‘엘니뇨’ 현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 겨울 폭설-황사 자주 발생할 듯

기상청은 폭설이나 짙은 겨울 황사가 앞으로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엘니뇨 현상도 올해처럼 태평양 동쪽이 아닌 가운데 지역에서 관측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의 현상 중 하나가 기상현상이 매우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여름철 폭우처럼 겨울철에도 폭설이 내리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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