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에는 폭설이 내렸다. 적설량은 관측을 시작한 1937년 이후 가장 많은 25.8cm였다. 이보다 열흘가량 앞선 지난해 12월 25일에는 2009년 들어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이날 1시간 평균 최대 미세먼지농도는 m³당 백령도가 1120μg, 강화 1045μg, 서울 963μg, 수원 1132μg 등이었다.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은 “겨울 황사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한 해 중 가장 짙은 황사가 겨울에 찾아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이동성 저기압 때문에…”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많은 눈과 짙은 황사. 전혀 다른 두 가지 기상현상이지만 이유는 같다. 모두 ‘이동성 저기압’이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이다. 4일 수도권에 내린 폭설은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온 저기압이 원인이었다. 1.5km 상공에 따뜻한 공기를 몰고 온 저기압이 바다에서 수증기를 잔뜩 끌어올린 채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5km 상공에 머물러 있던 영하 30도 내외의 찬 공기와 만나 눈구름이 급격하게 발달한 것.
황사도 마찬가지다. 1차적 원인은 모래먼지 발원지인 중국 몽골 고비사막과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의 여름 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12∼25mm)으로 줄어들어 모래먼지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래먼지를 한반도로 운반해 온 것은 서쪽에서 움직이던 이동성 저기압이었다. 모래먼지를 잔뜩 빨아들인 이동성 저기압이 때마침 불어온 서북풍을 타고 한반도로 내려온 것이다.
○ 북쪽엔 강추위, 남쪽엔 온기가 원인
기상청은 아직 정확한 분석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겨울 저기압이 예년보다 많이 한반도를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기압이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지나가는 이유는 한반도 서북쪽은 매우 찬 공기가 자리 잡은 반면 동남쪽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과 북쪽의 기온차가 크게 날 경우 두 공기를 섞어 온도차를 줄이기 위한 대류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이 현상이 이동성 저기압이다.
한반도 서북쪽 시베리아 지방에서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내린 폭설이 녹지 않아 다른 해보다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고기압이 더 강하게 발달했다. 게다가 최근 북극 지방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극의 한기를 가둬놓는 공기의 흐름이 약해져 북극의 한기가 한반도로 내려왔다. 최근 강원 철원지역 기온이 영하 26.8도까지 내려가는 등 추운 날씨가 지속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같은 시기 일본은 기온이 0도 내외로 비교적 포근했다. 태평양의 수온이 정상보다 1.9도가량 높은 ‘엘니뇨’ 현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 겨울 폭설-황사 자주 발생할 듯
기상청은 폭설이나 짙은 겨울 황사가 앞으로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엘니뇨 현상도 올해처럼 태평양 동쪽이 아닌 가운데 지역에서 관측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의 현상 중 하나가 기상현상이 매우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여름철 폭우처럼 겨울철에도 폭설이 내리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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