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바다, 쓰레기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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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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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서 밀려와 여수 ‘청정 해안’ 뒤덮어… 국제공조 통해 해결 시급

치워도… 치워도… 몸살 앓는 남해
7일 전남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 해변이 해류에 떠밀려온 냉장고, 폐어구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동고지 해변은 3개월 전 공공근로사업으로 쓰레기 수거작업이 말끔히 이뤄졌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핫팩 케이스나 태국산 여자 화장품, 대만 생수병 등 외국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도 많이 발견됐다. 여수=이형주 기자
치워도… 치워도… 몸살 앓는 남해
7일 전남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 해변이 해류에 떠밀려온 냉장고, 폐어구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동고지 해변은 3개월 전 공공근로사업으로 쓰레기 수거작업이 말끔히 이뤄졌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핫팩 케이스나 태국산 여자 화장품, 대만 생수병 등 외국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도 많이 발견됐다. 여수=이형주 기자
“음료수병은 중국에서 왔고, 라이터는 일본에서 밀려왔네요.” 7일 전남 여수시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안도. 남해 끝자락 섬인 안도 이야포 해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플라스틱 생수병과 폐비닐 등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1km 정도 되는 해변을 따라 걷던 광양만권환경연구소 회원 2명이 바위틈에서 플라스틱 음료수병을 찾아내 들어 보였다. 음료수병에는 중국 상표가 붙어 있고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 지명이 쓰여 있었다. 중국 항생제 연고나 일본제 라이터, 필리핀에서 자라는 핑크색 따개비도 발견됐다.

○ 외국 쓰레기 ‘국제터미널’ 된 다도해

남서해 연안이 밀려드는 외국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주제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정작 대회 개최지가 외국 쓰레기 때문에 청정 이미지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양만권환경연구소 등 전국 11개 시민단체가 서남해안 섬을 조사한 결과 바닷가 쓰레기 가운데 외국 쓰레기 비율은 2006년 12%였으나 2008년에는 20%로 늘었다. 이들 단체는 2008년 6월부터 12월까지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리에서 경남 남해군에 이르는 10개 섬에서 가로 10m, 세로 10m 구간을 정해 쓰레기를 두 차례 수거했다. 당시 수거한 쓰레기는 모두 6000여 점. 이 가운데 외국 쓰레기는 1420점에 이르렀다. 외국 쓰레기 국가 비율은 중국 74%, 일본 6% 등으로 전체 외국 쓰레기의 80%를 차지했다.

여수시 안도 주민들은 지난해 10월까지 3차례 공공근로사업으로 바닷가에서 쓰레기 수십 t을 모았다. 김대준 안도어촌계장(40)은 “쓰레기를 치운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며 “인근 무인도에는 스티로폼이 어른 가슴 높이까지 쌓여 있다”고 전했다.

○ “쓰레기 논의 국제회의 추진을”

7일 전남 여수시 동고지 해안에서 발견된 외국 쓰레기들. 대만 야구 선수가 그려진 플라스틱 음료수병과 일본 비디오테이프 케이스 등이 해류를 타고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7일 전남 여수시 동고지 해안에서 발견된 외국 쓰레기들. 대만 야구 선수가 그려진 플라스틱 음료수병과 일본 비디오테이프 케이스 등이 해류를 타고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공해상에 떠다니는 외국 쓰레기는 매년 3, 4월 동남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타고 한국 연안으로 밀려든다. 중국 쓰레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해양부는 2008년부터 5년간 전국 해안 20개 지점에 밀려드는 외국 쓰레기 물량과 종류 등을 파악하는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을 벌여 중국에 해상 쓰레기 감소방안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외국 쓰레기가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도 해류를 타고 오는 한국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2003년부터 외교통상부에 처리비용을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접 국가 간에 해상 쓰레기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 국가와 지역별로 해상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제 연안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해광 광양만권환경연구소 사무국장은 “해상 쓰레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아시아 국가 간 해양 쓰레기 처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국제회의를 여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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