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생 100% ‘강남 고교’ 갈수 있다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고교선택제 오늘부터 원서접수… 시뮬레이션해보니

강남 고교정원, 중학교보다 많아
화곡동 학생이 목동 가고 싶을 땐
1, 2단계 같은 학교 쓰면 유리
전체 중학생의 80% 원하는 고교 진학

15일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서울지역 일반계고에서도 고교선택제가 도입된다. 학생 대부분은 1주일 전에 희망 학교를 적어내고 상담 기간을 거쳐 지원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제도를 잘 몰라 원서를 못 낸 학생도 있다. 또 원서를 내고도 제도가 바뀌었다는 말에 혼란스러운 학생도 있다. 정확히 무엇이 달라졌고, 학생에게는 어떤 변화가 올 수 있는지 문답형식(Q&A)으로 알아봤다.

Q. 고교선택제 하면 원하는 학교에 모두 갈 수 있나.

A. 아니다. 1단계에서 서울 지역 전체 학교 중 2곳을 골라 지원하고, 2단계에서 거주지 학군 학교 중 2곳을 고르게 된다. 1단계에서 모집 정원 20%, 2단계에서 모집 정원 40%를 뽑는다. 나머지 40%는 원래 학군과 인접 학군을 합친 통합 학군에서 강제 배정한다. 단 도심 공동화가 심해 학생 수가 부족한 종로구, 중구, 용산구 소재 학교는 1단계에서 정원 60%를 모집한다. 이론적으로 60%만 원하는 고교에 갈 수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 두 차례 모의 배정을 실시한 결과 80% 남짓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 강서구 화곡동에 살면 2단계에서 양천구 목동 소재 학교에 지원 못하나.

A. 갈 수 있다. 강서구와 양천구는 같은 학군이다. 학군은 자치구와 개념이 다르다. 서울시는 자치구 2, 3개씩이 하나로 묶여 11개 학군으로 편성돼 있다. 2단계에서는 자치구 소재 학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학군 내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또 자신이 거주하는 학군 내에서는 1단계에서 선택한 학교를 2단계에 쓰는 것도 가능하다. 화곡동에 사는 학생이 목동에 있는 특정 학교에 가고 싶으면 1, 2단계에 같은 학교를 쓰면 된다. 3단계에서도 1, 2단계에 지원한 학교를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을 확률이 높다. 이는 다른 학군에서도 마찬가지다.

Q. 지난주 시교육청이 2단계 배정 방식을 바꾼 것이 아닌가.

A. 2단계 배정 방법을 무작위 추첨에서 통학 편의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손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3단계에서 사실상 통학이 불가능한 거리로 배정받는 학생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3단계에서는 인접 학군까지 배정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시내에 살면서도 시 경계 지역으로 배정받는 학생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줄이자는 것이다. 거주지 학군 내 학교만 지원하는 당초 2단계 방식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다. 변경된 2단계 방식도 같은 학군 내에서만 적용돼 다른 학군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2단계에서 학생이 많이 몰린 학교가 무조건 학교 인근 지역 학생만 받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많이 몰린 학교는 우선 학급당 배정 인원을 늘려 학생을 더 받는다. 평균 학급당 배정 인원이 35명이라면 38명으로 3명 늘리는 식이다. 학교 전체적으로는 정원이 늘어나 더 많은 학생을 받을 수 있다.

Q. 다른 지역에서 학생이 많이 몰리는 인기 학군 학생은 손해를 보지 않나.

A. 아니다. 실제로 영향을 받는 학생이 많지 않다. 지난번 두 차례 모의 배정에서 강남 학군(서초구 강남구) 학생 76명이 다른 학군으로 배정됐다. 이들은 모두 자기 희망에 따라 다른 학군으로 나간 경우다. 이들을 제외하고 강남학군에 거주하면서 다른 학군으로 배정된 경우는 없었다. 반면 다른 학군에서 모두 1600여 명이 강남 학군으로 진입했다. 이는 강남학군의 경우 중학교 정원보다 고등학교 정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美 학교 선택제는 사회약자 위해 거주지 상관없는 선택권 보장

미국은 1990년대부터 ‘스쿨 초이스(School Choice)’라는 학교선택제를 운영한다. 주마다 도입 시기나 적용 범위, 학교선택 방법 등에 차이가 있지만 학교선택제 도입 취지는 우리와 비슷하다.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해 거주지와 상관없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고 학교도 학생 유치 경쟁을 시켜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학교선택제 이전에 학생들은 거주 지역 내 공립학교에 강제 배정됐다. 낙후된 지역에서 좋은 학교에 가려면 이사를 하거나 사립학교에 지원해야 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완전한 학교선택제’로 불리는 ‘교육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면서 저소득층도 좋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고 정부에서 받은 바우처를 학교에 내면 학교는 이 바우처를 정부에 제출하고 재정 지원을 받는다. 학교선택제는 “어떤 학생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미 교육 정책의 목표를 반영해 사회적 약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많은 미국 학교는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집정원 제한이 없는 ‘개방정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원자가 많으면 교실을 늘리거나 교실당 인원을 조정한다. 반면 지원자가 줄어드는 학교는 그만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학교선택제 지지자들은 “학교선택제는 경쟁을 통해 좋은 학교는 더 좋게 만들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학교는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학교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웹사이트 ‘그레이트스쿨’(www.greatschools.net)에서는 각 학교의 △인종 구성 비율 △정교사 수 △주정부가 평가한 학교 등급 △주변 환경 △학생들의 경제적 수준 △평균 성적 등 구체적 정보를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이 직접 쓴 학교 평도 읽어볼 수 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