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오산 중앙시장 다시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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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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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실-휴게실 갖추고 배달서비스까지 했더니…
이달 고객지원센터 설치
대형마트 공세에 맞대응
하루 2000여명 손님찾아

경기 오산시 오산동에 위치한 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가 고객지원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오산=이성호 기자
경기 오산시 오산동에 위치한 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가 고객지원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오산=이성호 기자
8일 오후 경기 오산시 오산동 중앙시장. 장날(매달 3, 8일로 끝나는 날)을 맞아 골목마다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주인과 손님이 가격 흥정을 벌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영락없는 시골 장터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 모습은 장터와는 딴판이었다. 바닥은 쓰레기 하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간간이 비가 내렸지만 시장 위를 덮은 아케이드 덕분에 장을 보는 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 최연동 오산시 지역경제담당(50)은 “2002년 처음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한 뒤 수차례에 걸쳐 현대화 작업을 추진했다”며 “손님뿐 아니라 상인들도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 ‘백화점급’ 서비스 눈길


중앙시장은 1904년 자생적으로 형성된 재래시장이다. 약 6만1000m²(약 1만8000평) 규모인 시장에는 350여 개 상설점포가 장사를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이 아닌 상설 재래시장으로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다. 중앙시장은 또한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현대화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재래시장 활성화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아케이드와 대형 공영주차장을 세우고 개별 배송제를 도입해 웬만한 물건은 전화 주문으로 배달까지 가능하다.

이달 초에는 지상 3층 연면적 750m²(약 220평) 규모의 ‘고객지원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옛 화성교육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고객지원센터에는 콜센터와 모유수유실, 여성휴게실 등 백화점 못지않은 시설들이 들어섰다. 콜센터에서는 손님들이 찾는 물건이나 가게를 안내받을 수 있다. 모유수유실에는 아기침대와 기저귀를 갈 수 있는 시설이 갖춰졌다. 주부 이현정 씨(33·오산시 가수동)는 “아기 엄마들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데 불편한 점이 많다”며 “그러나 이곳에는 백화점처럼 분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선재 상인회장(54)은 “고객센터는 시장 상인들에게 대형마트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중앙시장이 재래시장 활성화의 성공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위기가 곧 기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시장이지만 다른 재래시장처럼 주변 대형마트 때문에 한때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002년을 시작으로 반경 1.5km 이내에 대형마트가 2개나 들어선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상인들이 내린 결론은 바로 서비스 강화. 우선 오산시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시설 개선에 나섰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파헤쳐 아스팔트를 깔고 시장 위에는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장 한복판에 차량 110대를 댈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마련했다. 상인들은 공사를 위해 몇 달 동안 손해를 감수했다. 또 주차장을 오가는 차량을 위해 자율적으로 가판대를 정리했다. 규모가 큰 가게들은 직접 차량을 구입해 오산시내 곳곳에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전성기 때보다는 못하지만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손님이 꾸준히 시장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주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도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건어물 가게 ‘천안상회’를 운영하는 김주현 사장(32)은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오자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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