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앞둔 서울대는 ‘땅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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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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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림 등 3조원 가치 추산
국립공원 묶여 실속은 없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9월 법안을 입법예고한 뒤 기획재정부와 법안의 문구를 놓고 마지막까지 평행선을 달렸던 부분도 ‘정부 재정지원 유지’와 함께 ‘국·공유재산 무산양여’ 부분이었다. 그만큼 현재 서울대가 갖고 있는 재산이 새로 태어날 ‘서울대법인’에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서울대법인이 요청하면 재정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안전장치를 뒀지만 서울대가 세종시로 일부 이전하는 조건으로 향후 재산 대부분을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양도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는 현재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에 가까운 총 1억9320만여 m²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토지 가운데 96.5%는 학술림과 수목원으로 △서울 경기 관악산 일대의 안양수목원(1531만여 m²) △경기 수원시 일대의 칠보학술림(109만여 m²) △경기 광주시 태화산의 태화산학술림(797만여 m²) △전남 지리산 노고단과 백운산 일대의 남부학술림(1억6216만여 m²)으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의 학술림은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와 농업생명과학대의 전신인 수원농림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오는 것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 밖에 서울대 소유 터는 관악캠퍼스, 연건캠퍼스 등을 비롯해 경기 고양시와 시흥시에 위치한 약초원, 강원 동해시의 해양연구소, 강원 춘천시의 보건사업소 등이 있다. 서울대는 이처럼 넓은 터를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 매각이나 임대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땅은 거의 없다. 서울대가 추산한 전체 재산가치는 2조9000억 원이다. 이 중 관악캠퍼스의 토지와 건물이 2조여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부학술림은 전체 토지의 83.9%를 차지하지만 가치는 360억여 원으로 비중이 적다. 서울대 주종남 기획처장은 “학술림 대부분은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는 임야로 매각이 안 돼 현실적으로 수익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를 팔고 세종시로 전부 이전하면 이 수익으로 세종시에 첨단 캠퍼스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서울대 한 보직교수는 “서울대 재산의 실제 가치를 평가하면 7조 원이 넘을 것”이라며 “만약 서울대 전체가 세종시로 이전하고 관악캠퍼스가 아파트 등 다른 용지로 개발될 경우 상당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이전에만 10년 가까이 걸려 오히려 이전 비용이 더 클 것이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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