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양 동호안 제방 붕괴 108일… 포스코-폐기물처리社네탓 공방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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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 타격엔 뒷짐” 어민들 뿔났다
붕괴 책임 놓고 억대 손배소
“어획량 감소 논의도 안하나

전남 광양시 금호동 동호안 제방이 붕괴된 지 7일로 108일째를 맞았다. 어민들은 제방이 무너지면서 제방 안쪽에 매립된 폐기물이 흘러 나와 어업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방을 설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폐기물 처리 회사는 책임 문제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제방 붕괴 원인과 복구 방안이 나올 예정이어서 항구 복구대책의 성사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광양만권 어업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국가권익위원회에 “8월 23일 광양시 동호안제방(총길이 7.7km) 일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금이 가고 붕괴되면서 제방 안에 매립된 슬러지 등 산업폐기물 침출수가 바다로 유출됐다”며 “이로 인해 바지락, 꼬막 등 조개류가 폐사하고 물고기도 잡히지 않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보상을 호소했다.

대책위는 “환경부나 전남도 등이 동호안 제방 복구에만 신경을 쓰고 어민들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현 대책위위원장(41·광양시 중동)은 “동호안 제방이 무너진 뒤 어획량이 90% 이상 감소했다”며 “어업권 피해 조사를 위해 강경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인선이엔티㈜가 제기한 제방 복구 비용 손해배상 소송을 심리 중이다. 포스코는 1987년부터 철광석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 동호안 제방을 만들었고 폐기물 관리회사인 인선이엔티는 제방 안에 폐기물을 매립했다. 포스코 측은 재판부에 “동호안 제방 붕괴는 폐기물 매립 하중을 고려하지 않아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선이엔티 측은 “동호안 제방 공사 자체 문제로 붕괴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 측은 일단 1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으나 추후 배상액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도 동호안 제방 붕괴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동호안에는 지반안정을 위해 폐기물 일부를 옮기고 벽이나 흙을 채우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복구공사를 먼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논의키로 한 광양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복구를 위한 범대책기구는 구성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동호안 제방 붕괴 책임을 놓고 법적공방을 벌이던 인선이엔티가 ‘포스코가 합의를 파기했다’며 범대책기구 탈퇴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제방 붕괴 원인이 밝혀지면 복구비용 등을 책임지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은 “21일 지반공학회가 동호안 제방 붕괴 원인이나 복구 방안을 발표하면 포스코나 인선이엔티 측에 항구 복구 방안을 내놓도록 촉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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