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교수를 담임선생님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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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때 학생지도 비중 높여

“연구 업적 압박감 때문에 강의는 시간강사에게 맡기는 교수가 적지 않다.”(강의 교수·44)

“서울대가 그동안 취업지원 등에서 학생들에게 관심이 매우 적었다. 올해 사법시험에서 고려대 법대 출신이 서울대 법대 출신보다 많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서울대 4학년 윤모 씨·27)

서울대가 교수들이 연구뿐 아니라 학생지도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등 교육역량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교수도 고교의 ‘담임교사’와 같이 진로상담, 학생관리 등 학생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서울대는 6일 최근 ‘교수 대상 교수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영역 평가제도 개선’과 ‘학사지도 개선’ 연구에 착수해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학과 교과과정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임교수 채용, 승진 심사 등 교수 평가에서 연구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다 보니 교수들은 연구 성과에만 신경 쓰고 학생 교육에는 소홀한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학생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예전과 달리 뒤처진 학생의 학업을 끌어올려주고 영재는 더 잘하도록 하게 해야 하는 등 학생관리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선진 교수법을 교수들에게 소개하고 신임교수 채용이나 승진 심사 때에도 ‘교육 기여도’에 대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교수와 전문위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팀을 꾸려 인문사회, 공학계열, 자연과학, 예체능, 의학 등 5개 분야에 대해 4년간 전체 학과의 교과과정 편성, 성적평가, 교수자 전공과 담당 강의 과목 일치 여부 등을 평가해 좋은 평가를 받은 학과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또 각 단과대와 학과의 학사지도 실태를 파악하고 교직원이나 학과 교수들이 ‘F학점’을 받은 학사경고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미국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에서는 선배들이 멘터 역할을 충실히 하는 등 카운슬링 시스템이 잘돼 있고 교수들의 역할도 정책자문, 연구, 교육 등 각 부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화돼 있다”며 “교육에 집중하는 교수들에 대한 보상시스템을 마련하고 외국 대학의 선진제도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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