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리더,서울여대]글로벌+로컬 21세기형 여성지도자를 키운다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자’ 바롬교육 실천… 나눔과 봉사의 삶 ‘아름다운 캠퍼스’

《‘21세기형 여성 리더를 길러낸다.’ 서울여대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다. 바른 인성과 탄탄한 실력을 갖춘 외유내강의 전문인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 의지는 서울 노원구 공릉2동에 자리 잡은 대학 캠퍼스에서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은 캠퍼스 중심에 세워진 바롬교육관을 ‘마법의 성’이라고 불렀다. 힘들기는 하지만 이곳에 들어가면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바롬은 초대 학장인 고(故) 고황경(高凰京) 박사의 호로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교육관에서 실시되는 바롬 교육은 1961년 개교 당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학생들은 수업을 마친 뒤 저녁시간 한곳에서 합숙하며 영어와 예절교육을 받았다. 요즘 서울여대는 1∼3학년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이 같은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한다. 함소영 씨(식품공학과 3년)는 “바롬교육관에서 합숙교육을 받고 난 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 나의 진로를 깊이 성찰했다”고 말했다. 바롬교육관이 미래 리더의 기본 소양인 인성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롬교육관 옆에는 기숙사 증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샬롬하우스’ 기숙사 수용인원은 650여명. 신입생 1800명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지금 공사 중인 ‘제1기숙사’를 증축하면 수용인원은 1000명을 넘어선다. 기숙사를 증축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환 학생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서울여대와 외국대의 문화교류 및 학생 교육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조성원 홍보실장은 “외국인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오면 서울여대생들은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외국 문화와 언어를 직접 접하고 배우는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들은 “서울여대가 바롬교육에서 출발한 인성교육과 교육 인프라로 세계 수준의 교육 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컬(Glocal) 리더의 육성=서울여대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른 대학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자부심의 원천이다.

서울여대가 목표로 삼은 21세기형 여성 리더의 최신 버전은 ‘글로컬(Glocal) 리더’다. 글로컬은 Global과 Local의 합성어. 교수들은 “아무리 국제화 시대라고 하지만 지역 문제를 이해해야만 세계적인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컬 리더 육성을 위해 학과 간 벽을 허물면서 복합형 융합형 학문 연구와 학습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영문학과가 시도하는 한국문화 번역 교육과정과 원예조경학과의 녹색성장 전문가 양성과정이 그런 예다. 조 실장은 “영문학과 학생들이 영어만 잘하면 모든 교육과정이 끝나는 시대는 지났다”며 “영문학과 학생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야 여성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열린 교육 프로그램=정규 교과목과 사회봉사를 접목시킨 봉사학습(Service-Learning) 프로그램은 서울여대가 2001년 개발한 학습프로그램이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프로그램의 장점을 설명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장래 교사를 꿈꾸는 김기연 씨(영어영문학과 2년)는 요즘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영어수업을 돕는다. 김 씨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는지, 교사로서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직접 점검해보며 교과목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에는 25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총 28개 교과목이 지역 사회 봉사활동과 연계돼 있다. 봉사학습 프로그램은 앞으로 실행 무대를 국내에서 세계로 옮길 계획이다.

자율전공 학부제와 복수전공제도 학생들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자율 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흥미 성격 적성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는다. 도서관 경영자를 꿈꾸며 경영학을 복수 전공으로 선택한 김은희 씨(문헌정보학과 2년)는 “부전공을 선택하면 학습지원 시스템을 통해 부전공 교과목 교수는 물론이고 졸업한 선배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캠퍼스=서울여대는 인성교육과 봉사학습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아름다운 캠퍼스’라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지식은 많아졌지만 창의력이 부족하고, 가진 것은 몇 배가 됐지만 기쁨이 작아진 세상’을 교육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캠페인이다.

지난해 교내에서 하루 동안 네트워크로부터 해방되자는 취지에서 ‘로그아웃(Log-Out)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무분별한 통신 네트워크 관계에서 벗어나 편지지에다 직접 글을 쓰고 친구의 손을 만지며 무엇이 참다운 소통의 길인지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5월에도 노원구민과 함께 ‘장애인 책사랑 나눔 걷기대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장애인과 손잡고 7km를 걸은 뒤 책을 기부하는 행사를 통해 봉사학습의 힘을 실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1961년 智·德·術 이념아래 개교
2011년 50돌엔 ‘세계적인 교육중심대학’ 웅비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조직한 재단법인 정의학원(貞義學園)은 1957년 총회에서 서울여자대학 설립을 결의했다. 초대 학장으로 고 고황경 박사가 취임했다.

1960년 12월 서울여대 설립 인가를 받고 이듬해인 1961년 5월 학교 문을 열었다. 당시 서울여대 교훈은 ‘지(智) 덕(德) 술(術)’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육 본래의 사명에 충실하고자 생활교육 중심의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재학생은 의무적으로 바롬교육관(가정관리 실습주택)에서 합숙하며 전인교육을 받았다. 1964년 정의학원 재단법인은 학교법인으로 바뀌었다.

1970∼1980년대는 서울여대가 여성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은 시기다. 1977년 여성연구소가 설립되고 1979년에는 대학원 설치 인가를 받았다. 1988년 서울여대는 종합대학으로 체제를 개편했다.

1990년대는 창의적 인재양성의 인프라가 구축된 시기다. 1991년 외국어교육원과 평생교육원이 잇따라 세워졌다. 아동연구원 조형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1998년에는 고황경 학장의 교육이념을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바롬교육센터’를 준공했다. 2000년에는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는 세계적인 교육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는 시기다.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 주관 일반 대학 교직과정 평가에서 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서울여대는 올 9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산학협력 협정을 맺고 공동연구 인력교류 현장교육을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2011년 개교 50주년을 앞두고 ‘함께하는 공동체대학’ ‘세계적인 교육중심대학’ ‘공시지표 상위권 대학’이라는 3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핵심 과제도 발표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