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남해안 ‘바닷모래 갈등’ 지루한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어민들 “채취중단, 피해조사부터” ― 수자원公“공정성 확보해야”
피해조사 용역 1년넘도록 지연
어민들 해상시위 등 투쟁 예고

“모래 채취를 중단하고 피해조사부터 해야 한다.”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관과 연구원이어야 한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배타적 경제수역(EEZ)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어업피해 조사 용역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를 총괄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역 어민 간 생각이 다른 데다 서로를 믿지 못해 공방만 반복한 탓이다.

○ 강경투쟁 불사

경남 통영시, 거제시, 남해군 어민과 부산 대형선망 어민들로 구성된 ‘남해 EEZ 모래채취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이점생)’는 10일 오후 1시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 앞에서 ‘남해안 모래채취 반대 어업인 궐기대회’를 연다.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

조용제 통영대책위원장은 “수자원공사가 당초 어민들이 추천하는 용역기관과 책임연구원에게 피해조사를 맡기겠다고 약속했으나 1년 이상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모래 채취를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올 3월 경상대 해양과학대를 용역기관으로 추천했으나 수자원공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수자원공사는 최근 ‘용역기관을 복수로 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만약 2개 용역기관을 선정해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조율해 다시 피해내용을 산정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계획은 올해 초 양측 합의에 따라 선정된 용역기관이 어업피해 조사에 착수해 15개월 정도가 지난 내년 중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었다. 어민들은 수자원공사 궐기대회에서 진전된 협상안이나 책임자 약속이 없으면 투쟁 강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서울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선박을 동원해 모래 채취현장에서 해상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 신뢰도가 우선

수자원공사 녹색사업처 관계자는 “어민들이 추천한 기관은 큰 문제가 없지만 책임연구원은 수용이 어렵다”며 “무엇보다 공정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거제 출신 윤영 의원 중재대로 수자원공사와 어민이 각각 추천한 공동 책임연구원을 두거나 어민들이 새로운 연구원을 추천하는 방안을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 조사가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면 그 결과로는 보상작업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수자원공사는 “신항만 건설 등 국책사업에 필요한 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바닷모래 채취는 차질 없이 계속돼야 한다”며 “어민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8월 수자원공사를 통영 욕지도 남쪽 50km EEZ 해역 골재채취단지 관리자로 지정했다. 이 해역에서는 2001년부터 수천만 m³의 국책사업용 모래 채취가 진행됐다. 부산, 경남 어민들은 “모래 채취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며 “피해 조사를 먼저 시행하라”고 요구해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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