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남들이 좋다니까?… 영어학습법 ‘그럴싸한 착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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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습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학습경향 중 문제가 있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문법공부를 경시하고 회화표현 위주로 공부하는 것, 두 번째는 권위 있는 원어민 저자가 만든 영어 문법책으로 공부하는 것, 세 번째는 우리말 해석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다.

세 가지 영어학습법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제대로 영어를 말하고 쓰는 법을 알아보자.

① 영어,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능력
언어로서의 영어를 익히는 것은 ‘How are you?’, ‘What’s up?’ 같은 표현을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다. ‘I'm sad’를 ‘I'm happy’로 바꿀 수 있고 ‘I think that he is clever’를 ‘I believe that she is honest’로도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표현을 암기해도 문장의 기본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응용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회화표현만 반복적으로 연습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이다. 잊지 말자. 표현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② 영문법 학습, 원서가 좋을까?
원어민이 쓴 책으로 문법공부를 하는 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일단 일정 수준의 기본실력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적인 사고를 표현하는 데 배려가 없다는 한계도 있다.

예를 들어 ‘빌과 동행하다’라는 문장은 영어로 ‘accompany Bill’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accompany with Bill’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말 ‘∼을(를)’로 해석되는 것만이 목적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이런 언어사고 방식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원어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친절하게 설명할 수도 없다. 일정 수준에 올라서기 전에는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 한국인 저자의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③ ‘한국어 → 영어’ 학습으로 영어의 균형을 잡자
기존의 많은 책은 영어를 우리말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독자들은 눈으로 영어를 읽고 한국어로 해석할 수 있으면 영어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어느 학원에서 수능 모의고사 외국어영역 3등급 이상의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나 지금 점심 먹어’를 영어로 표현하라는 문제에 ‘I eat lunch now’라고 답한 비율이 약 60%였다. 올바른 표현인 ‘I am eating lunch now’를 쓴 학생은 25% 정도. 나머지는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반대로 ‘I am eating lunch now’를 우리말로 옮기라는 주문에는 전원이 ‘나 지금 점심 먹고 있어(있는 중이야)’ 혹은 ‘나 지금 점심 먹어’라고 정확히 답했다. 문제는 무엇일까? 읽고 해석만 할 때는 단순현재시제와 현재진행형의 차이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방법은 학습자의 환상을 없애고 제대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정재영 ‘잇츠낫그래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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