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딸기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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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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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딸기시험장 7년전부터 3종 개발
맛-색깔 日품질 누르고 농가 56% 재배

26일 오전 충남 논산시 부적면의 논산딸기시험장 품종개발 재배 온실에서 연구진들이 딸기의 재배상태를 점검하다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 제공 논산딸기시험장
26일 오전 충남 논산시 부적면의 논산딸기시험장 품종개발 재배 온실에서 연구진들이 딸기의 재배상태를 점검하다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 제공 논산딸기시험장
“이제는 누가 권하지 않아도 국산품종을 찾아요.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돈이 되기 때문이죠.”

26일 오전 딸기 집산지인 충남 논산시 양촌면 신흥, 신기, 채광리 벌판. 양촌농협 강희정 상무(49)는 끝없이 펼쳐진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12월 초 출하를 앞두고 저 안에서 커가고 있는 딸기는 대부분 국산 품종인 ‘설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다. 논산딸기시험장이 개발한 국산품종은 재배면적 점유율에서 올해 처음으로 일본 등 외국품종을 추월해 ‘딸기 독립’을 이뤘다.

○ 7년 만에 딸기 품종 독립 선언

충남도농업기술원(원장 손종록) 논산딸기시험장이 2005년 설향을 개발해 처음 이 마을에 소개했을 때 농민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재배해온 일본품종인 ‘레드펄(일명 육보)’만 한 것이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80년대 후반 ‘정보’라는 국산품종이 나왔으나 일본 품종보다 품질이 떨어져 결국 사라졌다.

하지만 시범농가들이 보급 첫해 설향을 재배해 1.5배가량의 수확을 올리자 사정이 달라졌다. 앞 다투어 품종 전환에 나서 이제는 전체 재배농가(500여 농가)의 60∼70%가 설향을 재배하고 있다.

논산딸기시험장에 따르면 최근 전국 딸기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향과 매향, 금향 등 자체 기술로 개발한 3종의 딸기 신품종 재배 비율이 56.4%로 집계됐다. 아키히메(장희), 레드펄 등 일본품종 재배 비율(42.0%)에 비해 14.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이맘때(국내품종 재배 면적 43.0%, 일본품종 56.1%)와 점유율이 뒤바뀌었다.

품종별 재배면적은 설향이 51.8%로 가장 많고 아키히메 22.5%, 레드펄 19.5%, 매향 3.7%, 금향 0.9% 등이다.

이원근 논산딸기시험장 연구사는 “설향을 선택한 이유는 하우스 재배의 경우 일본 품종보다 2개월가량 빠른 12월 초에 수확할 수 있고 수확량이 레드펄에 비해 20% 많은 데다 맛 색깔 모양이 좋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연구원들 땀의 결과

논산시 부적면에 1994년 문을 연 딸기시험장은 국내 유일의 지방자치단체(충남도) 산하 딸기 품종 전문 연구 기관. 전 직원 9명(연구원 7명)이 품종 개량을 위해 22개동(9465m²) 딸기 재배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구원들은 전 세계 딸기 170여 개 품종을 수집해 품종 개발 작업을 벌인다. 품종별로 꽃가루를 채취해 교배하는 방법으로 1년간 특성이 각기 다른 1만5000여 개체를 만들어 불량 품종을 도태시키는 방법으로 우량 품종을 골라낸다. 시험장은 지금까지 2002년 매향을 시작으로 2003년 만향, 2005년 설향 및 금향 등 모두 4가지 품종을 개발했다.

남윤규 딸기시험장장은 “국산 딸기 품종 보급으로 딸기 농가(전국 1만3500농가) 소득이 연간 300억 원 이상 늘었고, 2013년부터 지급해야 할 로열티 부담도 크게 줄고 있다”며 “앞으로 국산품종의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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