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생활 끝… 추석 걱정 덜었네요”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코멘트
2006년 수해를 겪은 김종환(오른쪽), 이규자 씨 부부가 수재민을 위해 마련된 새 아파트에 입주한 뒤 밝게 웃고 있다. 평창=이인모 기자
2006년 수해를 겪은 김종환(오른쪽), 이규자 씨 부부가 수재민을 위해 마련된 새 아파트에 입주한 뒤 밝게 웃고 있다. 평창=이인모 기자
3년전 집잃은 평창군 수재민들 주공 임대아파트 입주 시작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

7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에 있는 주공아파트에 입주한 김종환 씨(66)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2006년 수해로 집을 잃은 이후 아내와 함께 3년간의 컨테이너 생활 끝에 얻은 집이라 그의 기쁨은 남달랐다. 비록 52m²(약 16평)의 임대아파트지만 폭우에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새 보금자리에 그는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러워한다.

김 씨는 벌써부터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 번듯한 자신의 집에서 차례를 지낼 수 있게 된 데다 시집 간 딸 가족이 찾아와도 방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당장 친한 사람들을 불러 조촐하게 집들이라도 하고 싶지만 요즘 아내 이규자 씨(64)의 다리가 불편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김 씨는 2006년 7월 중순 4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의 침수 소식을 듣고도 일하던 아파트 역시 같은 처지라 가볼 수조차 없었다. 뒤늦게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완전히 물에 잠긴 뒤였다. 옷 하나, 이불 하나 건지지 못했다. 1000만 원이 안 되는 재해보상비만이 그의 손에 쥐여졌다. 김 씨 가족은 인근의 학교 체육관에서 잠시 지낸 뒤 평창군이 체육공원에 설치해 준 컨테이너에서 고단한 생활을 시작했다.

“말도 마. 컨테이너는 사방이 철판이잖아.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푹푹 쪄서 땀 많이 흘렸지.” 그래서인지 김 씨의 몸은 군살 하나 없이 바싹 말라 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잠시. 2007년 4월경 체육공원 활용을 위해 컨테이너를 옮겨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김 씨는 남의 땅을 빌려 컨테이너를 옮긴 뒤 세를 내며 2년 넘게 지냈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군 직원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수재민을 위해 마련된 임대아파트 입주 신청을 하라는 것. 꿈같은 소식에 김 씨는 입주 신청을 했고 7월 계약을 마쳤다.

김 씨 가족을 포함해 하진부 주공아파트에는 수재민 80가구가 입주한다. 수해 이후 3년간 비닐하우스에서 팔순 어머니 등 가족 6명이 생활해 온 전태하 씨(47) 역시 감격이 남다르다. 하루빨리 입주하자는 자녀들의 요청에도 농사 때문에 9일에야 이사한 전 씨는 “수재민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 준 정부와 수해 때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신 모든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쪽방 등에서 지내왔다는 최시철 씨(50)도 “번듯한 새 집이 생겨 기쁘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모 건설회사가 공사 도중 부도나면서 방치한 것을 대한주택공사가 수재민들을 위해 구입한 뒤 공사를 마무리했다. 총 239채 가운데 무주택 수재민들에게 우선 입주 혜택이 주어졌고 지난달 31일 입주가 본격 시작됐다. 46∼76m²(약 14∼23평) 네 종류로 보증금 909만∼1188만 원과 월 10만 원 안팎의 임차료를 내고 30년간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