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이 위험하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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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동안 폐렴 등 2637건 내부 감염
신종 플루 고위험군 환자 많아 전염 우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대구의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 거점병원에서 발생한 60대 남성 감염 사례를 조사한 결과 11일 일단 ‘국내 첫 병원 내 감염’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감염 장소가 일반병실인지 중환자실인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심부전증을 앓아온 이 환자는 4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일반병실에 입원해 있던 이 환자는 1일 심장기능이 떨어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7일부터 고열이 나타나 의료진이 신종 플루 검사를 했고 8일 확진 판정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신종 플루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종 플루에 걸렸을 때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7일 정도의 잠복기가 있다. 잠복기를 다 채우고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 환자는 지난달 31일경 신종 플루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의 잠복기가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질병관리본부 확인 결과 이 거점병원의 중환자실은 의료진이나 면회객이 드나들 때마다 손 소독을 하고 소독된 옷으로 갈아입게 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근거로 “섣불리 중환자실에서 감염이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종 플루 고위험군이 밀집해 있는 중환자실 감염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거점병원 관리도 중요하지만 중환자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환자실의 환자는 보건당국이 신종 플루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환자가 대부분이다. 대학병원은 대부분 감염관리가 잘되는 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중환자실 출입문 센서에 손 소독 장치가 달려 있어 의료진이 출입 때마다 매번 소독장치를 작동해 손을 소독해야 출입구가 열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부 병원 중환자실은 면회객이 손 소독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한 사람보다 신종 플루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일단 감염되면 다른 중환자에게 전염되기도 쉽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중환자는 일단 감염되면 사망률도 훨씬 높다. 지금까지 국내 신종 플루 사망자 4명 가운데 3명이 고위험군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환자실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 내 모든 중환자를 대상으로 무조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할 수는 없다”며 “병원에서 자율적으로 중환자실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우흥정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즘처럼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 의료진은 환자 주변 사람이 신종 플루 증상을 보이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며 “만성질환자, 임신부, 노인은 되도록 다인실 병원을 찾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을 드나드는 의료진부터 감염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신옥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실장은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의 의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침상 간 간격을 국내 기준인 1m보다 2배 넓은 2m로 하고 있으며 6주 간격으로 전공의를 교체할 때마다 감염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환자실 내 감염은 신종 플루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11일 “2007년 7월∼2008년 6월 전국 57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폐렴 등 병원감염이 총 2637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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