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시군 “우리도 합칠까”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통합 합의 성남-하남시 “稅-보조금 인센티브 기대”
‘마산+진해+창원+함안’‘남양주+구리’ 등 논의 활발
“시장의 인기영합 행정”성남 시민단체 비판도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가 통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동안 통합이 거론된 곳은 많았지만 합의에 이르기는 처음이다.

실제 통합까지는 주민 의견 수렴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첫 ‘합의’라는 점에서 비슷한 논의가 진행 중인 다른 지자체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경제+정치 효과를 노린 다목적 카드

성남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총자산이 17조 원(2007년 말 현재)으로 가장 많다. 하남시의 자산은 2조 원 규모다. 두 도시 인구는 110만 명 규모로 ‘광역시급’이다. 물론 통합해도 광역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덩치만 커질 뿐 기초자치단체라는 지위는 그대로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광역시 못지않은 혜택이 따른다.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도세(道稅)를 내지 않아도 되고 정부사업 우선 선정, 국가보조금 확대 같은 인센티브도 받는다. 두 시의 합의 배경에는 이런 경제적인 효과가 고려됐다.

성남시는 18일 “지자체 주도로 자율통합이 이뤄지면 인센티브는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황식 하남시장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3선에 도전하는 이대엽 성남시장과 광역화장장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김황식 하남시장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것이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시장이 여론 수렴이나 지방의회와 논의 없이 인기영합식 단독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지역 정치권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단체장의 정치적 접근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두 시장은 19일 오전 10시 반 성남시청에서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한다.

○ 곳곳에서 ‘물밑 논의’가 벌어지고 있지만…

현재 통합이 추진 중이거나 거론 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30여 개 시군에 이른다. 경기지역에서는 남양주시 구리시를 비롯해 수원시 오산시 화성시 등지에서 논의가 이어져왔다. 경남에서는 마산시 진해시 창원시 함안군 등 4개 시군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도 통합 대상에 단골로 거론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 간 통합은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자치단체장이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성남시와 하남시가 통합하려면 우선 지자체 차원에서 공청회,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해당 지자체 의회에서 합의에 이르면 행안부가 확정할 수 있다. 또는 행안부 장관이 해당 시군에 주민투표를 요구해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지자체 통합이 최종 합의되면 행안부가 특별법안을 마련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최종 통과절차를 거친다. 주민투표결과는 강제성이 없는 의견수렴 절차에 불과하지만 ‘반대’가 많으면 현실적으로 통합은 불가능하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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