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지하철 개통 35주년]<下>새롭게 여는 철도 르네상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수입서 수출로… 세계 지하철시장 달린다

국산화 비율 95%… 동남아에 기술수출 줄이어
‘도로’ 대체 친환경 교통 각광… “철도투자 늘려야”

글로벌 ‘저탄소 녹색성장’ 분위기에서 지하철을 비롯한 철도교통이 녹색성장을 이끌 견인차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들은 고속철도를 새로 건설하고 철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준비 중이다. 한국 역시 ‘늦깎이 철도 수입국’에서 ‘신생 수출국’으로 탈바꿈하는 등 세계 철도시장에서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

○ 철도기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지하철에는 전동차 기술뿐 아니라 건축, 토목, 전기, 역무, 통신, 궤도 등 고도의 복합기술이 집약돼 있다. 기술자립도가 턱없이 떨어지던 1974년 개통 당시 토목과 건축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 했던 이유다. 전동차는 일본 히다치(曰立)사에서 저항제어 전동차를 도입했다. 신호시스템 역시 일본(1, 2호선)과 미국(3, 4호선)의 철도신호시스템을 그대로 썼다. 1980년대 들어 국내 기술력은 3, 4호선을 직접 건설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현재 국내 지하철 기술 수준은 전 분야에 걸쳐 국산화 비율 95% 이상을 달성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35년간의 지하철 운영 및 건설 경험에 힘입어 이제 해외 수출을 모색한다. 단일노선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승객 200만 명을 매일 실어 나르는 2호선을 운영하는 데다 3, 4호선 건설 부분에 대한 노하우도 있기 때문. 서울메트로 측은 “지하철 운영 기관이 직접 건설 작업까지 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며 “지하철과 관련해 획득한 지적재산권만 157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를 바탕으로 3년 전부터 세계 철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07년 10월엔 태국 대중교통공사와 방콕 지하철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베트남 하노이 지하철 5호선 건설 및 베트남 철도 현대화 사업을 맡기로 했다.

○ ‘에코 지하철’ 타고 가는 ‘철도 르네상스’ 시대

철도는 km당 1명을 이동시킬 때 에너지 소비량이 63.5kcal에 불과해 버스 등 승합차(250.3kcal)와 승용차(532.1kcal)의 각각 3분의 1과 8분의 1 수준이다. 이산화탄소 역시 km당 1명을 이동시킬 때 평균 26.1g를 배출해 승합차(62.2g)의 절반, 승용차(150.7g)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궤도 교통’이 도로교통을 대체할 녹색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이미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철도투자액을 도로보다 2.3배 늘렸다. 일본도 기존 도로 중심으로 짜인 수송 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해 간선철도망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중국도 2020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철도 건설계획을 2004년 수립한 바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철도 관련 투자액 규모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도로 투자비용(8조2899억 원)에 비해 철도에 투자된 금액(3조6686억 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철도에 69%를 쏟고 도로에 그 절반인 31%만 쏟는 유럽의 교통투자계획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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