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지하철 개통 35주년]<上>달려온 길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하루 450만 이용 세계 3위 ‘시민의 발’
강남역만 하루 12만명… 3, 4호선 수도권 광역화
적자-부채 누적… 안전시설-서비스 개선도 숙제

《서울지하철이 15일로 개통 35주년을 맞았다. 서울지하철은 1970년대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큰 몫을 한 데 이어 최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문화와 쇼핑, 정보를 아우르는 시민의 복합생활 공간으로 변모 중이다. 35년간 든든한 시민의 발이 되어 준 서울지하철의 역사와 ‘에코 지하철’이 가져올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여기 땅속을 뚫기 3년 4개월, 서울시 교통에 신기원을 이룩할 지하철 종로선이 650만 시민의 뜨거운 염원과 대망리에 완공되었다. 이 거역(巨役)이 우리의 기술진과 노력으로만 이뤄졌으니 민족의 저력을 과시할 장한 일이라 그동안 이 일에 힘을 기울인 모든 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1974년 8월 15일 서울특별시장 양택식.’

1974년 8월 15일 국내 최초로 개통한 지하철 1호선에 서울 시민들은 ‘종로선’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1968년 노면전차가 운행을 멈춰 600만 서울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라 더욱 환영을 받았다.

○ 승객 매년 9∼16% 늘어

1985년 10월 서울 시내에는 총거리 118km에 이르는 1기 지하철(1∼4호선)이 전면 개통했다. 서울시 발전과 함께 점점 급증한 차량으로 도로가 꽉 막히면서 지하철을 찾는 승객도 매년 9∼16% 늘었다. 1호선 개통 첫해 하루 평균 23만 명이던 이용 승객은 현재 1∼4호선을 기준으로 평일에만 약 450만 명이 이용 중이다. 그 덕분에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벌어들이는 하루 총수입액도 500만 원(기본운임 30원 기준)에서 현재 210억 원(기본운임 900원 기준)으로 늘었다.

특히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강남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순환선 2호선은 현재 하루 평균 200만 명을 수송한다. 단일노선으로는 세계 최대 수송능력과 실적이다. 가장 북적거리는 강남역의 경우 하루 12만 명이 이용한다.

3, 4호선은 서울을 X축으로 연결해 1980년대 경기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맞춰 도시 광역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에 수도권 전철망이 확장되면서 일산선과 분당선은 3호선에, 경기 안양시 평촌과 군포시 산본을 잇는 안산선은 4호선으로 연결되면서 수도권 전반으로 교통 지평을 넓혔다.

○ 지구를 1만2500바퀴 돌다

대부분 100년을 훌쩍 넘기는 해외 지하철 역사에 비해 운행 기간이 짧은 ‘신생’ 지하철이지만 서울 지하철의 승객 수송능력과 노선 길이 등은 세계 순위에 랭크된다. 수송능력은 연간 약 22억6000만 명(1∼8호선)을 수송해 일본 도쿄(29억 명)와 러시아 모스크바(25억 명)에 이어 3위다.

역사 수(1∼9호선)도 290개로 미국 뉴욕(468개), 프랑스 파리(381개)에 이어 3위다. 특히 1기 지하철은 지난해 6월 기준 운행거리 5억 km를 돌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지구를 1만2500바퀴 돈 셈으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로 환산하면 두 번 왕복하고도 편도로 한 번 더 간 것과 같다.

다만 1기 지하철은 오래된 역사만큼 안전시설 및 서비스 개선이 불가피한 상태. 서비스 및 안전기준 정립 이전에 건설된 탓에 2기 지하철(5∼8호선)에 비해 역당 1일 이용 인원이 2.2배인 반면 역사 면적은 더 좁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메트로가 2016년까지 투자해야 할 비용은 4조6981억 원. 지금과 같은 무임수송비용 부담 및 버스환승 손실 등이 계속될 경우 적자 및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기 지하철은 개통 후 35년이 지나 시설 확충과 재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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