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험 가입 늘고 사망자 줄어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헌 결정 후 넉달…
중과실-중상해 사고 발생시 형사합의금 지원 특약 선보여

김모 씨(52)는 4월 중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다 40대 남성을 친 혐의로 15일 불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음주, 뺑소니 등 10개 유형의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피해자가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면서 ‘사지절단으로 인한 장애’라는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종합보험 가입자가 음주, 뺑소니 등 10개 유형의 잘못이 없다면 교통사고를 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4조 1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2월 26일 내려진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위헌 결정 이후 교통사고를 내서 피해자에게 심각한 중상해를 입힌 운전자들이 잇달아 기소되고 있다. 교특법 위헌 결정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 종합보험 필요성 인식 늘어

자영업자 한모 씨(33·여)는 최근 자동차를 새로 장만하면서 사고 시 법률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특약에 가입했다. 중과실 중상해 사고를 냈을 때 벌금 2000만 원, 형사합의금 2000만 원까지 지원되는 상품이다. 한 씨는 “위헌 결정 이후에 중상해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형사합의금이 지원되는 보험에 가입했다”며 “일단 보험에 가입해 놓으니 마음은 든든하지만 예전보다 부쩍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보험사들은 중과실 중상해 사고까지 포함해 형사합의금과 벌금 등을 지원해주는 자동차보험 법률비용지원담보 특약을 속속 선보였다. 특약 가입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3개 보험사의 법률비용지원담보 특약 가입 건수는 4월 9만4164건, 5월 10만36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9%, 31.7% 늘었다. 삼성화재의 경우 특약 가입 건수는 지난해 5월 2만4886건에서 올해 5월 4만75건으로 61%나 증가했다.

정병두 삼성화재 자동차상품파트장은 “중상해 사고가 났을 경우 기소를 당하지 않으려면 형사합의를 반드시 해야 하는 만큼 법률비용을 지원해주는 특약에 가입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가입률이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종합보험 가입률도 오히려 늘었다. 운전자가 종합보험 가입 시 중상해 사고를 내도 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특례는 사라졌지만 중상해 사고와 상관없이 종합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운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올해 5월 종합보험 가입률은 96.8%로 전년(96.4%)보다 0.4%포인트 올랐다.

○ 난폭운전 다소 줄어든 듯

교특법 위헌 결정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을 높여 자동차사고 발생률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교통사고는 줄어들었을까.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5월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5만68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3765건)보다 5.7% 늘었다. 교특법 위헌 결정이 실제 교통사고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1471명에서 1393명으로 5.6%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특법 위헌 결정에 따라 중상해를 유발하는 난폭운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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