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로 竹竹 뻗는 담양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오염 제로지대’ 죽녹원서 죽림욕 즐기며 참살이관광
댓잎차-죽염-죽섬유 등 2차상품도 지역경제 효자

19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담양천을 끼고 있는 향교를 지나면 왼편 야트막한 야산에 푸른 대나무숲이 보인다.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오른 대나무가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난다. 바람이 불면 대숲은 ‘솨∼솨∼’ 온몸으로 소리를 낸다.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죽녹원’. 2003년 5월 개장 이후 매년 8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남도의 참살이(웰빙) 관광 1번지다. 이날 죽녹원을 찾은 임선정 씨(38·여·서울 마포구)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지고 이국적인 대나무숲이 있는 줄 몰랐다”며 “대숲에 들어오니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매년 80만 명 죽녹원 찾아

담양의 대나무 면적은 1802ha로 전국 죽림면적 7045ha의 25.6%를 차지하고 있다. 죽향(竹鄕)인 담양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죽세공예품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저가 중국산의 물량 공세와 플라스틱 제품이 쏟아지면서 죽제품이 설자리를 잃어가자 담양군은 대나무를 활용한 생태관광에 눈을 돌렸다. 대나무숲과 정자문화를 조합해 독특한 담양만의 문화자산을 만들기 위해 죽녹원을 조성했다.

16만 m²의 죽녹원에는 분죽, 맹종죽, 오죽, 조릿대 등 국내 자생종 7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안에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대나무를 테마로 한 8곳의 산책로(2.2km)가 있고 폭포와 정자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죽녹원은 매주 주말과 휴일에 1만3000여 명이 찾는다. 지난 한 해 동안 81만여 명이 방문해 4억75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관광객들은 인근 ‘국수의 거리’에서 얼큰한 ‘담양국수’에 댓잎을 넣어 삶은 계란을 별미로 맛보고 관방천변을 걸으며 죽향의 멋을 즐긴다.

○ 대나무 신산업에 도전

담양군은 대나무를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매년 대나무박람회를 개최하고 대나무 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박람회는 죽세공예 명인관, 이색관, 신지식인관, 신산업관 등 대나무 관련 산업을 한곳에서 구경하고 체험도 할 수 있다.

대나무를 활용한 2차 상품도 줄을 잇고 있다. 대나무 응용 상품은 대나무잎, 죽초액, 대나무숯, 대나무 수액 및 죽염,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하다. ㈜대나무 건강나라의 댓잎차 제품은 유럽시장을 공략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6, 7월에 채취한 산죽, 분죽의 잎을 재료로 전통적 제다 방식으로 생산하는 댓잎차는 커피, 녹차와 달리 카페인이 없다. 이 회사는 2004년 설립 첫해부터 해외시장을 공략해 지난해까지 스위스 독일 등 유럽에 6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해는 러시아, 중동, 미국시장을 노크한다.

대나무의 열전도성과 살균력, 음이온 발생, 전자파 차단 기능을 활용한 신소재 상품과 대나무 섬유, 미용제품, 죽초액, 댓잎술 등 식품류도 개발됐다. 10개 생산업체에서 연간 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담양군은 매년 10억 원을 들여 업체 기술개발과 공장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담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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