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는 기초지자체만의 몫?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 232개 시군구 출산장려금 현황 전수조사

《요즘 서울 강남구 가정복지과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강남구가 지난달부터 셋째 아이 500만 원, 넷째 아이 1000만 원, 여섯째부터는 3000만 원을 주는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넷째를 낳아 1000만 원을 받은 가정도 벌써 나왔다.

둘째와 셋째가 있는 가정으로부터는 보육료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 강남구는 둘째 자녀는 보육료의 50% 또는 양육수당 10만 원, 셋째 이상은 보육료 100% 또는 양육수당 15만 원을 매월 지원한다. 주민 김진경 씨(34·여·개포동)는 “출산장려금보다는 둘째부터 보육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지방이 장려금 후해… 전남 3개郡 “효과 톡톡”

지원규모 들쭉날쭉… “정부가 중심 잡아줘야”

반면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의 출산 담당 부서는 “강남구는 주는데 우리는 왜 안 주느냐”는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산장려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의해 각자 시행하는 사업이라 시로서는 달리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과 경북이 지원 많아

본보가 국내 출산장려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230개 기초 지자체와 제주시, 서귀포시 포함)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224개(96.6%)가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도시보다는 시골이 출산장려금 지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7년 출산율 상위 5개 지자체엔 출산장려금을 많이 주는 전남 지역 기초 지자체가 3곳(보성, 강진, 영암군)이나 포함됐다. 2007년 전국 출산율 1위(2.33명)를 차지한 보성군은 첫째에 240만 원, 둘째에 360만 원, 셋째에 600만 원을 주고 있다.

전남은 16개 시도별 출산율에서도 1.53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출산장려금을 가장 많이 주는 광역지자체는 경북으로 23개 기초 지자체 평균 둘째에는 170만 원, 셋째에는 355만 원씩을 지원한다. 반면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들은 출산장려금과 출산율에서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평균 둘째 출산장려금은 23만 원으로 16개 시도 중 10위였고, 부산은 25만 원으로 8위였다.

“1000만 원 준다고 애 낳겠나”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으로 4년 연속 세계 꼴찌였다. 이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유럽처럼 정부가 출산과 보육을 책임지는 것. 하지만 2007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양육비 비율이 0.35%에 불과한 상황에서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을 지원하기에도 빠듯하다. 출산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자체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장려금으로 유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출산지원금 정책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정책연구원 장혜경 박사는 “지금처럼 국공립 보육시설이 부족하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출산장려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인구도시연구회 전광희 회장은 “한 해 신생아 중 셋째 이상은 5%도 채 안 된다. 셋째 이상에 줄 돈을 첫째와 둘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셋째 이상 자녀에 주로 혜택을 주는 출산지원금은 실속이 없다는 말.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출산지원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신윤정 연구위원은 “출산 지원 정책을 지자체에 자율적으로 맡기면 ‘인구 증가’보다는 ‘인구 이동’을 촉진하게 된다”며 “중앙 정부가 중심을 갖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