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사스 이어 신종플루까지… ‘전염병잡는 여인’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8분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 홍콩 보건장관 때 경험 살린 대처 호평

“이로써 세계는 21세기 첫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국경봉쇄는 권하지 않으며 여행과 무역에 대한 제한 조치도 없어야 한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의 대유행(pandemic)을 공식 선언한 11일 기자회견에 나선 마거릿 챈 사무총장(61·여)은 전문가다운 면모에 자신감 있는 어투로 주목을 끌었다. 41년 만에 ‘대유행 선언’이라는 세계적인 사건을 알리면서도 지나친 대응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홍콩 보건장관 재임 시절 조류인플루엔자(AI)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있는 그는 ‘준비된 WHO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97년 AI 사태 당시 확산 수일 만에 가금류 150만 마리를 도살 처분한 결정은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 준 것이라는 정평을 받았다. 챈 총장은 2003년 취임 일성으로 “전염성 질환들의 귀환이 시작됐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대비할 것을 역설하기도 했다.

실제로 4월 하순 멕시코와 미국에서 처음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사례가 보고되자 23일 긴급 상황실인 ‘워룸’을 가동하며 신속하게 대응했다. 가동 이틀 만인 25일 경보 수준을 3단계로 올렸고 29일에는 “인류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5단계로 격상시켰다.

노련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을 지켜본 보건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챈 총장에게 신뢰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챈 총장의 위기 대처에 많은 전문가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글로벌 경보·대응국장은 “그는 현재 상황이 어떤지, 또 선택할 대안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명확히 전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WHO에서 일했던 데이비드 헤이먼 박사도 “챈 총장은 WHO 사상 가장 힘 있는 사무총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 WHO 규정 개정으로 사무총장만이 전염병 위험 경계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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