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병 유아 뇌사상태 빠져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서울에 사는 만 12개월짜리 여자 아이가 수족구병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아이는 지난달 26일 손에 발진이 생겨 소아과를 찾았다. 다행히 이틀 후 발진이 사라져 29일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받았다. 다음 날 갑자기 발열 구토 증상이 나타났지만 해열제를 복용하자 증상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이달 1일 다시 발열 경련을 일으키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폐출혈과 뇌염이 나타나 뇌사상태에 이르렀다.

처음 아이를 진료했던 소아과 의사는 “수족구병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본뇌염 예방접종 부작용의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벌였으나 검사 결과 수족구병 원인 바이러스인 엔테로바이러스71형이 검출됨에 따라 수족구병 합병증 사례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수족구병 합병증인 뇌염을 촉진시켰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올해 들어 18건의 수족구병 합병증 동반 사례가 나타났으며 그중 14건이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14건 중에는 지난달 수원에서 발생한 12개월 여아 사망 사례도 포함돼 있다.

수족구병은 어린이들이 주로 걸리는 전염병으로 대변, 침, 콧물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되면 가벼운 열과 함께 손, 발, 입안에 수포가 발생하고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사라진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감염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 뇌사 상태에 빠진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겨진 적도 없고, 수족구병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어 보건당국은 정확한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뇌사상태인 여아 외에 3명의 아이가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수족구병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손을 잘 씻고 위생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9일부터 수족구병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를 감시하게 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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