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독설 공방 왜?

  • 입력 2009년 6월 1일 17시 37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싸고 좌·우파 논객들의 독설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감정적인 독설 자체가 이슈가 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에 대한 성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설 공방은 우파 논객인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의 장례, 국민세금 들이지마"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면서부터 사회적 주목을 받기 시작됐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한 마디로 자신의 측근을 살리기 위해 장렬히 몸을 던지는 조폭의 보스나 다름없는 사고였다"며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노 전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세금은 단 돈 1원도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고 독설을 퍼부어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등도 "자살을 왜 서거라 지칭하며 추모하는가"는 요지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면 좌파 논객 진중권 교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내가 만나본 정치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다"며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른다"는 애도 발언을 하면서도 2004년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자살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했던 것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진 교수는 당시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그걸 민주열사인 양 정권의 책임인 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된다"며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 '자살세 발언'이 문제가 되자 진 교수는 지난달 28일 진보신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서 "그것(자살세 발언 등)은 분명히 잘못한 것"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고, 아프게 반성한다"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공격은 그냥 무시해 버렸으나 이번에는 공격이 권력을 끼고 들어왔다"며 "위험한 싸움을 시작하는 셈인데 일단 싸움을 하기 위해 주변을 좀 정리했습니다. …이제 칼을 뽑지요"라고 밝혀 '말의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렇듯 좌우 논객 모두 독설로 맞대응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감정 대립만 격화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통합'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분열'로 치닫고 있는 것. 왜 이들 논객들은 논란이 될 줄 알면서 독설을 하는 것일까?

하지현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는 논객들이 독설을 하는 심리에 대해 '어텐션 게팅(Attention Getting)'이라고 정의했다. 하 교수는 "누구나 주목받는 것으로 좋아하지만 특별히 타인의 주목에서 만족감을 얻는 성격이 있다"며 "특히 한국 사회처럼 서로간의 평행선만 확인하고 끝나는 토론 문화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한 마디를 선호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논리는 공감을 얻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 할 경우 독설을 하게 된다"며 "특히 이들 논객들은 소통을 추구하기보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훈장을 다는 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설은 상대방에게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논리적인 방어를 어렵게 하고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에게는 쉽게 어필할 수 있다"며 "타협점을 도출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없는 토론문화에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적절한 독설은 효과적인 설득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영향력 있는 논객들이라면 성숙한 토론 문화를 위해 논리 없는 독설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