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무실 보증금, 일부 지자체 수년째 지원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불법시위 주도” 지적에 고양시 회수 결정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수원역 인근의 한 건물 5층 730여 m²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총무국, 교육선전국, 법규국, 조직쟁의국 등 6개 국으로 나뉘어 경기도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 사무실은 2002년부터 경기도가 전세보증금 13억 원을 지원해 마련됐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도 전북도가 전세보증금 1억9500만 원을 지원해 덕진구 우아동 모 빌딩 3, 4층 일부 551m²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최근 이 사무실이 좁다며 확장을 건의했고 전북도는 기존 전세보증금에 4억7500만 원의 예산을 추가해 모두 6억7000만 원을 들여 전주시 진북동 모 빌딩 3층(803m²)으로 옮겨주기로 했다.

이처럼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 거액의 사무실 임대보증금을 수년째 지원해오고 있다. 지자체가 장애인이나 복지, 기타 다른 시민단체에 사무실 임대보증금을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유독 노동운동 단체에만 거액을 지원하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2002∼2004년경 임대보증금 지원이 시작된 게 특징이다.

2004년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사무실 임대보증금 1억 원을 지원했던 경기 고양시는 ‘지방재정법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단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지원근거로 내세웠다. 서울시는 17억5000만 원의 임대보증금을 지원해 서대문구 한 빌딩의 2개 층에 강북근로자복지관을 설립하고 민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실 등이 입주하게 했다. 지원근거로는 서울시 근로자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내세웠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내세우는 지원근거도 서로 다르다. 지원금액도 천차만별이다.

경기도에서는 의정부시 6000만 원, 남양주시 1억7000만 원, 평택시 3000만 원, 부천시 8000만 원 등인 반면 수원, 안양, 용인시 등 경기도의 대표적 도시들은 민주노총에 임대보증금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고 있다.

편중 지원이라는 지적과 함께 민주노총이 최근 불법시위를 주도한다는 지적이 일자 고양시는 그동안 지원했던 임대보증금을 회수하기로 하고 13일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에 공식 통보했다. 고양시 김선수 기업지원과장은 “민주노총은 불법시위를 주도하고 노사정 위원회에도 불참하는 등 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해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의정부시도 시 의회에서 “경제 불황으로 복지 예산 편성도 어려운데 특정 단체에 임대보증금까지 지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해 임대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에 회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고양시의 보증금 회수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의 한 간부는 “주민의 일원인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일하는 우리의 역할에 비춰 고양시 등의 보증금 회수조치는 부당하다”며 “거액의 활동비와 행사운영비를 지원받는 한국노총과 비교하면 민노총에 대한 지원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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