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는 지금 영어 디베이트 수업중”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영어로 듣고-생각-말하기 척척

“우리는 지금 영어 디베이트 수업중”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영어 토론’에 도전해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탁월한 연설이 주요 연설 일정 전 각 분야 전문가와 30분가량 벌이는 토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미국학교 진학을 원하거나 미국식 영어 토론 수업을 하고 있는 국제중, 민족사관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은 입학 전 영어 토론반 프로그램이 있는 교육기관을 선택해 적응기간을 거치면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지식과 논리로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만큼 사고력이 높아지고,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순발력을 키울 수 있다.》

초등생 학원 영어토론반 또랑또랑 “I think…” 갑론을박

순발-집중력 쑥쑥… 미국학교-국제중-민사고 진학 도움

○ 영어로 상대를 설득한다

“Junk food is becoming a serious problem. It causes illness such as diabetes(정크 푸드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그것은 당뇨병 같은 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서울 세륜초등학교 4학년 김나연 양(11)이 먼저 ‘정크 푸드’(칼로리는 높으나 영양가가 낮은 인스턴트 식품)의 문제점을 짚었다. 반대쪽에 앉아 있던 서울 매현초등학교 4학년 김찬영 군(11)이 손을 들었다. “Okay, Justin(그래, 저스틴(김찬영 군의 영어이름)).” 캐나다인 강사 킴벌리 캐롤린 린 킴 씨가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김 군은 “People can eat junk food once a year and exercise. so it is not a problem(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정크 푸드를 먹고 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반박했다.

20일 오후 5시 서울 개포 YBM 인터내셔널 아카데미(IA). 초등학교 4학년 5명이 원어민 강사와 함께 ‘정크 푸드’를 주제로 영어 토론을 했다.

이들은 찬성과 반대 그룹을 나눠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한 후 한 명씩 일어서서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제시했다. 다른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발표자의 주장을 간단히 적고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바쁜 회사원인 아버지를 예로 들며 ‘시간이 없을 때 정크 푸드로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과 ‘자주 먹다 중독될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수강생 중 두 명은 해외 경험이 있는 학생이고 3명은 ‘국내파’였지만 영어 토론 실력에서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두 팀의 토론은 약 40분 동안 계속됐다.

서울 잠신초등학교 4학년 곽민수 양(11)은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내 주장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 쑥스러워 쩔쩔맸다”면서 “영어 책을 많이 읽고 집에서 부모님과 연습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영어 토론반에 보내고 있는 주부 정미아 씨(45·서울 송파구 방이동)는 “아이가 영어 토론을 하면서 생각을 바로 영어로 표현하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암기하고 시험 보며 영어를 익히지 않아서 그런지 토론 수업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 인풋(input) 있어야 아웃풋(output) 생긴다

자녀의 영어실력을 정확히 모르면서 무작정 영어 토론반에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등 2, 3학년 때는 영어 말하기에 충실하고, 3, 4학년 때 영어 프레젠테이션(발표)으로 기본기를 닦아야 고학년에 이르러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다. 중상급 이상의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수강하는 것이 좋다.

탄탄한 토론의 기본기는 ‘독해’에서 시작된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법. 한국어로 토론할 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쉽다. 다양한 글을 읽고, 상대를 설득시킬 만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자신감 있게 토론할 수 있다. 김완수 개포 YBM IA 원장은 “어려운 단어나 유창한 문장보다 토론의 흐름을 읽으며 자신감 있게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형태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 토론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본능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주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때문. 손덕만 파고다 주니어 본부장은 “토론은 학생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거나 노트필기를 하며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 신문으로 이슈 잡고, 전후 활동으로 토론 실력 배양

대부분 영어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영어 토론반의 경우 독립된 것이 아니라 정규 프로그램 단계에 포함된 형태다. 학원을 선택하기 전엔 토론 전후 학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크하자. 영자신문이나 미국교과서 같이 아이들이 여러 가지 이슈를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어민 강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강사는 토론의 사회의 역할을 하며 주제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바로잡거나 발언권을 얻고 일어나 발표하는 등 토론 매너를 가르친다. 토론할 때 청중을 끌어들이는 스피치 방식, 전략적인 의사 표현,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기술, 깔끔한 토론의 결론 맺기 등에 대한 기술을 지도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는 영자신문으로 자녀의 토론 실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사는 사실과 정보가 간결하게 정리돼있어 토론 근거로 쓸 만한 콘텐츠가 풍부하다. 연예, 스포츠, 사회, 문화 기사 중 아이가 비교적 쉽게 이해하고 관심 있을 만한 기사를 읽고 간단한 퀴즈를 풀며 이슈를 정리하도록 하자. 예를 들어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관한 기사를 읽고 자녀에게 “어느 나라에서 시작됐니?” “어떻게 전염되니?” “감염자를 격리하는 것이 옳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토론의 근거로 쓸 수 있는 정보를 마련할 수 있다.

[도움말 김완수 개포 YBM IA 원장, 장수연 서강 SLP본부 교육팀장, 손덕만 파고다 주니어 본부장, 심영화 JC Learning 교수학습팀장]

|영어 토론 주제 예시|

“Should teachers be allowed to hit their students?”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는 것을 허락해도 될까요?)

“Should teachers give their students daily homework?”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매일 숙제를 내야할까요?)

“Only people who earn a lot of money are successful. (돈을 많이 버는 사람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은

Agree or Disagree?” 옳을까요, 그를까요?)

“Should a uniform be required when going to school? (학교 갈 때 교복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자료 제공= 파고다 주니어 초등 국제반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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