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거부로 자멸 재촉하는 쌍용차노조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그제 평택 공장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고 어제 오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쌍용차의 평택 창원 공장과 일부 협력업체들이 이날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쌍용차 노조원들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조원들은 농성 물품을 준비해 평택 공장에 속속 집결했다. 이들은 출입문을 봉쇄하고 공장에서 숙식을 하는 ‘옥쇄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직장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 중앙지법 파산 4부는 어제 처음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회사 사정을 보고받고 회생계획안을 내도록 회사 측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구조조정의 성패와 채권단의 자금지원 계획을 보고 쌍용차의 회생 파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법원과 채권단이 회생의 첫째 조건으로 꼽는 인력 구조조정이 파업으로 난관에 부닥쳤다. 회사 측은 지난달 전 직원의 37%인 2646명을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나 진행이 어렵게 됐다. 법정관리 중인 회사에서 노조의 구조조정 거부 파업은 자멸(自滅)을 재촉하는 길이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신규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법원도 회생보다는 청산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노조가 극단적인 파업을 계속하면 회생계획안을 작성해보지도 못하고 청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금속노조 산하 대기업 노조 가운데 전면 파업에 들어간 곳은 쌍용차가 처음이다. 파업 농성장소인 평택 공장에는 쌍용차 노조원보다 외부의 파업 지원 인원이 더 많다고 한다. 외부 세력이야 자기들 편의에 따라 며칠 농성하고 가면 그만이지만 쌍용차 직원들로서는 직장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외부 세력에 쌍용차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쌍용차 노조는 2006년에도 파업을 벌여 상하이차의 구조조정 계획을 막아낸 전력이 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딴판이다. 경제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한 탓에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감원을 하고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쌍용차 노조가 과거처럼 강경 파업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판이다. 노조는 무엇이 진정 조합원을 위한 길인지 냉정히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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