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딸 “물질 대 잇겠다” 제주 봄바다 속으로 풍덩

  • 입력 2009년 5월 12일 06시 59분


한수풀해녀학교 2기 38명 첫 현장교육… 20~50대 연령층 다양

“바당물을 친구추룩 여깁서(바닷물을 친구처럼 여기세요).”

9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 한수풀해녀학교에 입교한 2기 수강생들이 ‘조교 해녀’의 인도에 따라 바닷물로 들어갔다. 해녀 작업복인 고무옷 대신 스킨스쿠버용 ‘슈트’를 입은 수강생들이 오리발을 차고 한 걸음씩 옮겼다. 처음 오리발을 착용한 수강생들은 뒤뚱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해녀 장비 가운데 하나인 스티로폼으로 만든 ‘태왁’을 잡고서야 겨우 물을 차기 시작했다.

43명의 수강생은 4일 입학식을 한 뒤 이날 38명이 현장교육에 참가했다.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고 이력도 제각각이다. 이모 씨(44·여·경기 화성시)는 “제주의 바다 속을 보고 싶어서 입교했다. 식탁에 올라오는 소라, 성게가 어떻게 잡히는지도 궁금했다. 몇 년 후 제주에 내려와 정착하게 되면 해녀작업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파제에서 이 마을 고참 해녀 김유생 씨(77)가 흐뭇한 눈길로 한 수강생을 바라봤다. 김 씨의 막내딸(37)이 ‘물질’(해녀작업을 일컫는 말)을 배워 대를 잇겠다며 입교했기 때문. 김 씨는 “졸업허민 직접 데령나강 고르치쿠다(졸업하면 직접 데리고 나가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바다가 마냥 좋다는 30대 트랜스젠더 여성과 40대 헤어디자이너, 30대 그래픽디자이너 등 남성들도 해녀 문화를 알고 싶어 자원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이사장을 지낸 허정옥 씨(49·여)는 9월 제주를 떠나기에 앞서 어머니, 할머니의 생활터전이었던 바다를 느끼기 위해 도전을 감행했다. 파란 눈의 이방인도 눈에 띄었다. 제주사범대부속중에서 원어민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호주 출신 셰린 히바드 씨(50·여)는 “전공이 해양고고학인데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해녀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입교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입수에서 깨진 병, 비닐 조각 등을 건져 올리는 등 환경보호 의식을 몸소 보여줬다.

수강생들은 8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장비 사용, 호흡, 잠수 등의 교육을 받는다. 지난해 1기 졸업생 34명이 배출됐다. 한수풀해녀학교 임명호 교장은 “몇 달 교육으로 해녀처럼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캐기는 쉽지 않다. 실제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숙련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거친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아 옹골찬 삶을 살아온 해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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