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다름’이 어우러지는 곳

  • 입력 2009년 4월 28일 17시 06분


◆ '다름'이 어우러지는 곳

(박제균 앵커) 다른 피부색이나 다른 종교, 다른 핏줄이 아무런 벽이 되지 않는 사회.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겠습니까. 그런 꿈같은 세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다른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달라도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이원주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이 기자, 소개해 주시죠.

(이원주) 예. 선생님도 학생들도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모인 학교가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레인보우 국제학교'가 바로 그 곳입니다.

미국 어린이와 아프가니스탄 어린이가 함께 어울려 장난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 자란 어린이가 캐나다에서 온 선생님과 함께 부활절 달걀을 그리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일곱 개의 빛깔이 함께 모여 아름다움을 뽐내듯 서로 다른 문화가 모여 더 즐겁고 신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이 학교의 이름은 레인보우입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아이들은 영어로 서로의 생각을 나눕니다. 서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 오세인

"친구들과 영어로 노는 것이 재미있어요."

함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아이들은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웁니다.

(박 앵커) 활짝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 이런 공간이 혹시 또 있습니까?

(이) 네, 학교는 아니지만 다문화 가정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와서 '어머니 나라'의 언어로 쓰여진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다문화도서관 '모두'는 겉보기엔 작지만 네팔, 몽골, 이란 같이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나라에서 온 책만 1000권이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엄마의 나라와 만나고, 먼 나라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어머니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랩니다.

(인터뷰) 문종석 대표 / 모두

"저희 도서관은 특히 한국인 한문화 가정의 엄마와 아이들, 또 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아이들이 책을 매개로 같이 어울려서 이야기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 클 수 있는 그런 공간인 장점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아이들은 친구 어머니 나라의 전래 동화를 듣고 문화를 배우기도 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소개하는 다문화 가정 어머니들의 얼굴엔 자부심과 뿌듯함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메헤란

"우리나라(이란)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먹고 사는지에 대해서 말해줄 때 기분이 좋고 애들도 모르는 거 물어보고 그래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이 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 가정과 다문화 가정, 그리고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이 꾸준히 만나는 자리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김 앵커) 네. 다양한 문화가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인데요, 혹시 어려움은 없습니까?

(이) 네.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비용 문제입니다.

현재 레인보우국제학교는 한국에 사는 터키인들이 운영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또 다문화도서관 '모두'는 한 대기업이 새 책을 들여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학교든 도서관이든 꾸준히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또 홍보 효과가 큰 시설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나 단체가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원하길 망설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 다문화 지원 시설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영어나 유럽 국가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중앙아시아나 동남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문화 가정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각종 지원이나 정책이 너무 시설 건립 위주로 편중돼 있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지금 시설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즉 인력 확충과 시스템 정비라는 뜻입니다.

(박 앵커) 다문화와 관련된 제도를 만들거나 사회공헌사업을 할 때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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