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토플 골드레벨 비결? ‘RWLS’ 갈고 닦았죠”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토플 골드레벨 비결? ‘RWLS’네가지 골고루 갈고 닦았죠”

국내 첫 ‘110점 이상 인증서’ 10명 안에 든 두 여고생

올해 2월 14일 치러진 토플시험부터는 시험성적이 뛰어나면 인증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올림픽 때 금 은 동 메달을 주듯 ‘토플 성적우수자(TOEFL Star Performer)’를 정해 점수에 따라 골드 실버 브론즈 레벨 인증서가 주어지는 것. 이중 골드레벨 인증서를 받으려면 총점 110점 이상이고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등 4개 영역이 각각 25점 이상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토플 골드레벨을 수상한 사람은 단 10명. 이 가운데 김보경(대일외고3·총점 115점), 정희정 양(서울 진선여고2·총점 113점)은 토플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높은 점수를 받은 당찬 여고생들이다. 영어를 ‘공부’가 아닌 ‘생활’로 여기면서 영어를 접할 기회를 최대화한 이들의 태도가 토플 고득점으로 이어졌다. 국내 대학 국제학부에 진학하는 게 목표라는 두 여고생의 서로 닮은 영어 공부법을 들여다본다.

하루 1권 이상 영어동화책 영어 일기 꼬박꼬박 쓰고

교내 토론 동아리도 참여 틈날 때마다 ‘미드’에 빠져요

○ 영어책

토플 읽기 영역은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많이 쌓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다독(多讀)으로 고득점을 할 수 있었다.

김 양은 초등 4학년 때부터 하루 한 권 이상 영어동화책을 읽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영어동화책을 배달해주고 다 읽은 책을 가져가는 온라인 영어책 대여점을 활용해 일주일에 일곱 권씩 책을 빌린 것. 한 달에 한 번 대형서점에 가서 원하는 영어책을 마음껏 고르기도 했다.

영어 성경책도 읽었다. 매일 아침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엄마와 함께 영어성경책을 읽고 테이프를 들었다. 외고에 들어오고 나서는 같은 국제어과 친구들과 틈틈이 좋아하는 영어책을 돌려보고 있다.

정 양 역시 초등학교 때 일주일에 두세 권의 영어동화책을 읽었다. ‘매직 트리 하우스(Magic Tree House)’처럼 어휘나 내용이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시리즈물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쓴 로알드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골라 읽었다.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짧은 글이 여러 개 묶여 있는 에세이집을 주로 읽는다.

○ 영어에세이, 영어일기

정 양은 중3 때 일주일에 한두 편씩 영어에세이를 썼다. 착실하게 실력을 쌓은 덕분에 고1 때는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2008 꿀맛 영어영재에세이학급’(40명)에 들었다.

김 양은 초등 4학년부터 고1까지 착실히 영어일기를 썼다. 글쓰는 횟수는 점점 줄었지만, 글쓰기나 문법은 몰라보게 향상됐다. 토플시험을 앞두고는 인터넷에서 토플 기출주제를 찾아 이에 따른 에세이를 쓰며 연습했다.

○ 영어방송 시청

두 사람은 미국 TV 프로그램의 열렬한 팬이다. 김 양이 좋아하는 건 ‘미드’(미국 드라마). ‘가십걸’이나 ‘CSI’ 같은 미드를 즐겨봤더니 단어를 안 놓치고 집중해서 듣는 습관이 생겼다. 학교 친구들끼리 미드가 담긴 동영상파일을 공유하는 일도 흔하다.

정 양은 ‘프로젝트 런웨이’ ‘도전슈퍼모델’ ‘헬스키친’ 같은 미국 리얼리티 쇼를 좋아한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하게 본다. 리얼리티 쇼는 단어가 쉬워서 알아듣기도 좋다.

자녀가 영어방송을 즐겨보면서 말하기, 듣기 실력을 쌓도록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김 양의 부모는 딸이 유치원 시절부터 매일 잠자기 전에 ‘둘리’ 영어판 등 쉬운 영어 비디오나 테이프를 틀어줬다.

○ 영어토론

두 사람은 모두 어렸을 때 2년간 해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는 데 어색함이 없는 편. 김 양은 초등 4∼6학년 때 캐나다에서, 정 양은 5∼7세 때 홍콩에서 각각 현지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또래 아이들이 쓰는 쉬운 일상회화만 익혀 와서 나이에 맞는 화제로 격식을 차려 말하는 법을 국내에서 다시 배워야 했다.

두 사람은 영어토론에서 해답을 찾았다. 정 양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모의 유엔회의’(중고교생들이 유엔 회원국가나 단체의 대표를 맡아 국제문제에 대해 영어로 토론하는 가상회의)에 자주 참가했다. 서울에서 열린 ‘서울 모의 유엔회의(MUNOS)’를 거쳐 한국 대표로 네덜란드,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모의 유엔회의(THIMUN)’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 양은 교내 영어토론 동아리인 ‘로고스’에 가입했다. 동아리에 가입하면 1, 2학년 내내 교내외 영어토론 대회에 참가하며 영어로 말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영자신문, 해외 사이트, 영어 원서 등을 많이 접해 읽기 실력이 늘었고, 스피치 할 내용을 쓰면서 쓰기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매주 1,2편씩 영어에세이 영자신문 꾸준히 읽고

모의 유엔회의 자주 참가 미국 리얼리티 쇼 즐겨봐요

○ 영자신문

영자신문을 정기구독하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 물론 다 읽지는 못하고 눈이 가는 기사만 골라 읽는다. 정 양은 아침식사 시간, 학교 자습 시간, 하교 후 쉬는 시간에 틈틈이 편한 자세로 영자신문을 읽는다. 김 양은 일주일에 서너 번 시간이 날 때마다 관심 있는 주제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요약한다. 토플시험에도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가 있어 이런 연습을 해둔 게 큰 도움이 됐다.

○ 토플 문제집

평소 실력을 잘 쌓아둬도 토플 문제집을 따로 사서 풀어봐야 유형에 익숙해지고 실전감각도 기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읽기 듣기 영역 문제집을 한두 권만 사서 시험 치기 전에 풀어봤다. 등하굣길이나 학원으로 이동할 때는 토플 듣기영역 테이프를 1.5배속으로 빠르게 듣기도 했다.

반면, 말하기 쓰기 영역 문제집은 따로 풀지 않았다. 말하기 영역은 몇 가지 질문 유형에만 익숙해지면 점수가 쉽게 나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쓰기는 친구들 2, 3명을 모아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토플 기출주제에 맞춰 에세이를 쓴 다음 서로 돌려보며 첨삭해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토플 성적우수자(TOEFL Star Performer):

토플 주관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의 토플 고득점자를 인증해 주는 프로그램. 최상등급인 골드레벨 이외에도 실버레벨(총점 100점 이상, 각 영역 22점 이상), 브론즈레벨(총점 90점 이상, 각 영역 21점 이상)이 있다. 올해 2월 14일 시험부터 ETS 온라인스토어(www.ets.org/toefl/certificates)를 통해 인증서를 신청할 수 있다. 발급 비용은 4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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